서울광장에 수평으로 놓여 무대인줄 알았던 스크린이 점점 수직으로 기울어지면서 줄에 매달려 있던 배우들이 30m 공중에서 갑자기 미끄러져 떨어지는 아찔한 연기를 펼친다. 또 9m 크기의 대형 인형이 세종대로에서 서울광장까지 행진한다.
이처럼 10월초 서울 도심 거리에서 수준높은 거리예술공연이 펼쳐지며 거대한 축제장으로 변한다.
서울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거리예술축제인 ‘하이서울페스티벌 2015’가 다음달 1일부터 4일까지 ‘길에서 놀자’라는 슬로건으로 서울·청계·광화문광장, 서울역 광장, 세종대로, 덕수궁길, 서울시립미술관 일대 등에서 열린다고 21일 밝혔다.
올해는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해외 6개국 10개 작품을 비롯해 총 54개의 국내외 거리예술공연을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
개막작은 영국의 공중 포퍼먼스 ‘세상이 뒤집히던 날(As the World Tipped)’이 선정됐다. 2011년 초연 이후 영국 등 유럽 각국 주요 축제에서 인기리에 공연되고 있는 작품으로, 수직으로 기울어지는 무대 전환은 심각한 환경문제가 가져올 재앙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김종석 예술감독은 “아시아에서는 첫선을 보이는 작품으로 하이서울페스티벌에 초청하는데 3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2013년 세운상가, 2014년 서촌 등 매년 역사성 있는 ‘문제적 공간’을 선정해 그 장소와 어울리는 특별한 이야기를 대형공연으로 탄생시켜온 하이서울페스티벌은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서울의 근대화 역사를 담은 ‘서울역’을 재조명한다. 시간의 흐름, 기다림, 떠남, 일상 등 서울역하면 떠오르는 장소적 특수성을 반영한 국내외 4개 작품이 서울역 광장에서 펼쳐진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이자 대미를 장식할 폐막작 ‘영자의 칠순잔치’는 높이 9m, 너비 3m, 폭 4m에 달하는 거대한 인형 ‘영자’가 시선을 압도한다. ‘영자’는 올해 칠순을 맞은 할머니이자 우리 현대사를 상징하는 인물로 세종대로에서 서울광장까지 행진하며 광복부터 한국전쟁, 경제성장, 세월호 참사까지 굴곡진 70년 역사의 흐름을 춤과 노래로 표현한다.
이밖에 프랑스 국립극단 출신 원로 배우들과 한국의 원로 연극인들이 덕수궁길에서 펼치는 콜라보레이션 ‘아름다운 탈출: 비상구’도 주목할 만하다. 이 공연은 양로원에서 우연히 탈출하게 된 노인들이 잊어버렸던 감각을 기억해내고 새로운 인생을 상상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44개 단체, 2000명과 현장의 시민 1000명이 참여해 과거와 현재, 미래의 서울을 이야기하는 시민퍼레이드는 폐막프로그램으로 처음 시도된다. 아울러 축제기간인 1일 시민청에서는 거리예술 국제컨퍼런스도 열린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길에서 놀자’ 54개 명품 예술공연 쏟아진다… 내달 1∼4일 하이서울페스티벌
입력 2015-09-22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