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에 면바지, 티셔츠를 입고 잔디밭에 앉아 음악에 흠뻑 취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어린아이들과 함께 가도 되고, 커피나 와인을 곁들여도 어색하지 않은 음악 축제가 있다면 어떨까.
19∼20일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에서 펼쳐진 ‘2015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는 가을 분위기와 잘 맞는 음악 축제였다. ‘반가운 음악과 함께하는 자연 속 여백의 시간’이라는 슬로건에 걸맞은 풍경과 음악들로 채워졌다.
20일 메인 무대는 김연우가 장식했다. ‘여전히 아름다운지’로 시작해 ‘사랑했지만’ ‘이별 택시’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등 히트곡들을 불렀다. ‘나와 같다면’을 부를 때는 마이크를 떼고 열창을 했다. 인공적인 울림이 배제됐는데도 김연우의 목소리는 자라섬을 가득 메울 정도였다.
윤종신과 유희열의 무대는 1990년대 향수를 자극했다. ‘오늘’ ‘1년’ 등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도 불렀지만 90년대 감성 충만한 관객의 호응은 뜨거웠다. 유희열은 “오늘 목 상태가 좋다. 하지만 편하게 화장실에 다녀와도 좋다”고 말하면서 웃음을 끌어내기도 했다.
19일 헤드라이너는 아이유였다. 아이유는 ‘너의 의미’ ‘마음’ ‘첫 이별 그날 밤’ 등 잔잔한 노래들은 물론 원더걸스의 ‘아이 필 유(I Feel You)’, 빅뱅의 ‘이프 유(If You)’ 등 흥겹고 익숙한 곡들로 무대를 채웠다. ‘미아’와 ‘무릎’은 무반주로 불러 완벽한 어쿠스틱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앞서 양희은의 무대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양희은이 “일하고 공부하느라 타지 생활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고 운을 떼며 ‘나영이네 냉장고’를 부를 때, 장재인과 함께 ‘엄마가 딸에게’를 열창할 때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도 있었다. 무대 조명을 완전히 끈 채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불렀을 때는 자라섬 전체가 감동으로 하나가 된 듯했다.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는 올해로 두 번째이지만 무려 2만5000여 관객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가족단위 관객을 쉽게 만날 수 있었고 중년 관객들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는데, 이는 다른 음악 페스티벌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사운드와 편의시설에서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에 대처하는 주최 측의 진행은 매끄러웠다는 의견이 많았다. 미스틱엔터테인먼트 대표로 이번 축제를 기획한 윤종신은 가수들의 무대가 끝나면 마이크를 잡고 관객들에게 재밌게 즐기고 있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직접 확인하곤 했다. 록페스티벌이 강세인 우리나라에서 발라드 음악이 중심이 되는 음악축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가평=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발라드 음악축제, 흥행 가능성 봤다…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 이틀간 2만5000여명 몰려
입력 2015-09-22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