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을 두고 다른 행보를 하고 있다. 두 업체 모두 OLED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설정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방향은 정반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중소형부터 출발해 대형 OLED로 이동 중이다. TV용 OLED 패널은 당분간 만들 계획이 없다. 반대로 LG디스플레이는 수년째 OLED TV 패널에 집중하면서 중소형으로 확대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OLED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동안 주력이었던 액정표시장치(LCD)의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21일 시장조사기관 IHS테크놀로지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대화면 LCD 패널의 마진율은 10%로 나타났다. 하지만 2분기에는 7%, 3분기에는 2%로 각각 급락하고 4분기에는 0%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더 이상 LCD로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빠르게 올 것이라는 것이다. LCD는 기술적으로 완성단계에 들어섰고,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5에서 “OLED TV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OLED를 TV로 확대할 수 있지만 당분간은 다른 쪽에 OLED 역량을 집중하겠단 의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OLED 패널을 TV에 적용하기엔 기술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OLED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번인’(같은 화면을 오랫동안 보여주면 잔상이 얼룩처럼 남는 현상)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대신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면서 중소형 OLED 경쟁력을 키워왔다. 갤럭시 노트5에 탑재된 AMOLED는 디스플레이 전문기관 디스플레이메이트로부터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디스플레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6월 55인치 투명·미러 OLED 디스플레이를 공개하는 등 대형 OLED의 경우 상업용 디스플레이에 집중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OLED TV에 올인하고 있다. 수년째 ‘OLED TV 대중화’를 외치던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들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동안 LG전자만 OLED TV를 만들었지만 올해 들어 일본 중국 등의 업체가 참여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OLED TV 패널을 만드는 곳은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 입장에선 세계 TV시장 1위인 삼성전자가 OLED TV시장에 진입하면 시장이 커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LCD를 기반으로 한 ‘퀀텀닷’을 적용한 SUHD TV에 집중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월 여상덕 사장을 수장으로 하는 OLED사업부를 신설했다. OLED 생산부터 판매까지 체계를 일원화했다. TV를 비롯해 상업용, 의료용 등 대형 OLED뿐 아니라 스마트폰, 웨어러블, 자동차용 등 중소형 OLED도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기획] 차세대 먹거리 OLED… 삼성·LG “우린 가는 길이 달라”
입력 2015-09-22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