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금리인상을 강행할 경우 한국은행은 경기회복을 위한 금리인하를 섣불리 추진하기보다는 환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끌어올리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세대 경제학부 김정식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금융연구원·아시아금융학회 정책세미나에서 “현 상황에서 내수보다는 수출을 통한 성장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먼저 중국과 일본의 사례를 인용해 환율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중국은 미국이 1994년 금리를 인상하자 곧바로 위안화 가치를 50% 평가절하했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변동환율제를 고정환율제로 복귀해 대응, 고성장을 유지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중국 정책은 수출을 통한 성장전략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의 위안화 절하에 대해 그는 “중국이 추가 절하를 통해 수출 성장을 꾀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해 내수 위주 성장전략을 쓴다면 경착륙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일본 역시 90년대 초에 이어 최근 미국 금리인상이 예견된 시점에 지속적인 엔저 정책을 구사했다. 엔저로 인해 최근 기업의 수익성과 경제성장률이 동반상승했다는 게 김 교수의 평가다.
우리나라는 국제통화인 엔화를 보유한 일본이나 자본자유화를 하지 않는 중국과 상황이 달라 미국의 금리인상 시 자본유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럼에도 김 교수는 금리보다는 환율정책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저성장 국면에서 금리인하를 해도 투자와 소비는 늘지 않고 가계부채만 증가할 것”이라며 “환율을 높여 수출을 증대시키면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높아져 미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본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인위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불가능한 만큼 미국과의 협상을 통한 원화절하를 용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대외적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환율정책 필요성, 국내의 고실업 및 가계부채 급증 상황 등을 알리면서 적정 수준의 원화 환율을 유지하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도 세미나에서 “원·엔 환율, 원·위안 환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 미국의 원화절상 압력에 대응해야 한다”며 “엔화와 위안화 약세에 부응한 적절한 속도의 점진적 원화 약세는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환율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중·일 간 ‘통화금융협력기구’를 세워 과도한 근린궁핍화 정책(다른 국가의 경제를 희생해 자국 경기를 회복시키려는 정책)을 지양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美 금리인상 대처 ‘환율’이 답이다” 연세대 김정식 교수 주장
입력 2015-09-22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