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부터 미국 방문 길에 오른다. 첫 국빈 방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는 25일 백악관에서 만찬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세계를 이끌고 있는 두 강대국(G2)은 최근 들어 사안마다 부딪히며 충돌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미 관계의 임계점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미국 존스홉킨스대 데이비드 램튼 교수)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서니랜즈와 잉타이 분위기 이어갈 수 있을까=시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의 공식적인 만남은 이번이 세 번째다. 두 정상의 첫 만남은 2013년 미 캘리포니아주 휴양지 서니랜즈였다. 당시 두 정상은 노타이 차림의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두 강대국이 대립을 넘어 협력의 시대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였다.
두 번째 만남은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였다. 시 주석은 중국의 권부가 모여 있는 중난하이의 옛 황궁인 잉타이(瀛臺)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맞았다. 잉타이는 명청시대에 황제가 여름철 피서를 위해 머물면서 집무를 봤던 곳이다. 마오쩌둥도 여기서 살았다. 두 정상은 달빛 아래서 산책을 하며 서니랜즈 분위기를 재현했다. 첫 번째 만남과 달리 사이버 해킹, 남·동중국해 분쟁, 홍콩 민주화 문제 등 갈등의 요소가 많았지만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양국은 온실가스 감축 합의와 함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주요 군사훈련에 대한 상호 통보 기제를 설치키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시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미·중 간 갈등 현안이 부쩍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세 번째 정상회담 성과 있을까=이번 정상회담의 메뉴에 오를 이슈들은 사이버 안보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인권 문제 등 민감한 갈등 현안이 많다.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에 세 번째 활주로 공사를 진행 중이란 보도가 나왔다. 미 국방부와 의회 내에서는 군사적으로 중국의 인공섬 건설에 맞서는 위력을 과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매립 공사를 진행 중인 인공섬 반경 12해리 이내의 해역과 상공에 군함과 항공기를 통과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도 미국의 공세가 강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중국의 사이버 해킹 문제에 대해 “우리가 그저 약간 화가 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중국 측에 보여줄 몇 가지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양국이 ‘사이버 공간 군축’에 관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있었지만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양국 정상이 의기투합할 가능성이 높은 의제도 있다. 바로 기후변화 이슈다. 오는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파리 총회)를 앞두고 양국 정상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전후해 장거리 로켓을 이용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북핵 문제도 중요한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2008년부터 추진해 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양자투자협정(BIT) 체결 여부도 관심거리다.
◇미국의 강경 모드로 사이 벌어진 G2=중국은 경제적 힘에 걸맞게 미국과 대등한 국제적인 지위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 각 분야에서 ‘근육’을 과시하면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동아시아센터의 자크 드리슬 교수는 21일 사우스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의 정책 엘리트들 사이에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새로 정립해야 한다는 심각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미 관계에서 그동안 밸러스트(배의 중심을 잡기 위해 바닥에 두는 물건)의 역할을 해왔던 경제협력 분야도 분위기가 심상찮아졌다.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한 민간교류 확대는 양국 관계 발전의 기초였다. 하지만 중국은 그동안 중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냈던 글로벌 기업들을 향해 반독점법이라는 칼을 들이대고 있다. 반독점법 위반으로 60억8800만 위안(약 1조원)의 벌금을 부과 받은 퀄컴을 비롯해 미국 기업 상당수가 대상이 됐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에서 활동하거나 중국시장에 접근하려는 미국 기업들에 대한 중국 측의 차별정책과 새로운 규제법들의 시정을 강하게 요구할 방침”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또한 중국 정부가 중국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에 대해 공안 당국의 감독을 받도록 하는 ‘해외 비정구기구 관리법’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오해’를 풀려고 하지만 큰 성과는 없어 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 17일 미국 공상업계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중·미 관계의 본질은 호혜공영(윈윈)에 있다”며 “일부 갈등이 있지만 크게 보고 서로의 핵심 이익을 존중함으로써 전략적 오판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시진핑 오늘 방미] 갈등 산적… 윈윈 분위기 아니다
입력 2015-09-22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