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새정치민주연합 중견 정치인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이 부러운 것이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 제일은 여야 간 수평적 정권 교체가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40년 동안 미국은 1974∼77년 공화당, 77∼81년 민주당, 81∼93년 공화당, 93∼2001년 민주당, 2001∼2009년 공화당, 2009∼현재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어 왔다.
정권 교체가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자리 잡으면 생산적인 정책대결이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정권의 폐쇄성이나 부정부패가 발붙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멀리 있는 게 아니고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아무리 경쟁력 있는 기업이라도 시장을 지배하면 독점이듯이, 집권 능력을 떠나 한 정당이 지역구도에 의존해 계속 집권하면 오만한 정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정치인은 한국의 상황은 지역구도로 보나 현재 야당의 모습을 보나 수평적 정권 교체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새정치연합이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친노와 비노, 주류와 비주류의 싸움이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다. 이들에게는 정권 교체보다 개인적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것이 우선인 것처럼 보인다. 천정배 의원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각각 신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국민은 야당 내 선의의 경쟁이라기보다는 분열로 보고 있다. 새정치연합에서 공천을 받기 어려운 인사들이 호남표를 이용해 배지를 달려는 시도라는 시각이다.
이대로 가면 2017년 대선은 생각할 것도 없이 내년 총선부터 어려울 것이고, 총선 패배는 대선 패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권 교체는커녕 야당 역할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총선 전 마지막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지만 야당의 존재감은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과 유럽, 신흥국의 위기로 한국경제의 앞이 안 보이고 성장률 하락, 가계부채, 청년실업 등이 심각하다.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먼 영남편중 인사가 5대 권력기관장부터 정부부처 국장급, 군 인사에 이르기까지 도를 넘고 있다. DJ정권 때의 호남편중 인사에 대해서는 그렇게 떠들던 보수언론들이 지금은 조용하고, 야당마저 집안싸움에 정신이 없어 정부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견제를 제대로 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통합이 아닌 분열로는 야당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것은 물론 수권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단합에 관한한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을 배울 필요가 있다. 유승민 파동 당시만 해도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어 당이 금방 쪼개질 것 같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진 것을 보라. 싸우다가도 필요하면 뭉치는 새누리당은 역시 집권세력다운 면모가 있다.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르는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을 거친 뒤로는 또다시 권력을 빼앗길 수 없다는 절박감으로 하나가 된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집권을 오래 해본 경험은 선당후사의 정신이 몸에 배게 하는 것 같다. 선당후사가 나중에 훨씬 큰 보상을 안겨준다는 것을 여러 차례 학습을 해본 정당과 그렇지 못한 정당의 행동에는 큰 차이가 있다.
새정치연합 내의 이견과 갈등을 통합하고 국민 지지를 얻는 것은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야당 지도자들의 몫이다. 침몰하는 배에서 서로 선장이 되겠다고 다투듯이 지지율이 바닥인 야당 내 헤게모니 싸움에서 벗어나 전국 민생현장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고민하면서 비전을 키워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민주당이 아니라 자민당의 독주를 막지 못하는 일본 민주당처럼 외면을 받을지도 모른다.
신종수 편집국 부국장 jsshin@kmib.co.kr
[돋을새김-신종수] 여당 장기집권 길터주는 새정연
입력 2015-09-22 00:30 수정 2015-09-22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