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년 20대 총선 지역구 수를 244∼249개 범위에서 정하겠다고 발표하자 도·농 의원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도시 지역구는 9석 안팎 늘어나는 반면 농어촌 지역은 6석 안팎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 의원 25명으로 구성된 ‘농어촌 지방주권 지키기 의원모임’은 21일 “농어촌·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의석수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또한 “비현실적인 안”이라고 가세했다. 김 대표 지역구인 부산 영도는 인구 하한선에 모자라 통합 대상이다.
획정위 안은 지역구를 늘려야 한다는 새누리당과 최소한 비례대표 수를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새정치연합의 요구를 수용한 최대 공약수다. 그럼에도 여야가 당리당략에 얽매여 획정위에 선거구 획정 기준안을 제시하지 못한 근원적 잘못엔 눈감은 채 이제 와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여러 차례 가이드라인을 달라는 획정위 요청을 묵살한 장본인이 바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다.
선거구 간 인구편차는 1대 1이 가장 이상적이나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허용 가능한 최대 인구편차를 2대 1로 결정했다. 헌재는 결정을 내리면서 표의 등가성이 지역대표성에 우선한다고 밝혔다. 헌재 결정의 취지를 살리려면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구 축소는 불가피하다.
새누리당은 농어촌 지역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신 도시 지역구를 늘리자는 입장이다. 그럴 경우 여야가 국회의원 정수 300명에 합의한 만큼 비례대표 축소를 피할 수 없다. 현행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다량의 사표가 발생, 득표율과 획득 의석수의 불일치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40% 득표율로 의석의 60%를 점하는 민의(民意) 왜곡 현상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다. 비례대표제는 이 같은 민의 왜곡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제도다. 표의 등가성 확보 차원에서도 확대는 못할망정 축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앙선관위가 국회에 지역구 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제안한 이유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획정위가 외압에 흔들리는 일 없이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완수할 것으로 믿는다.
[사설] 선거구획정위 탓하기 전에 가이드라인부터 내놔라
입력 2015-09-22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