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어머니가 저를 임신하고 있을 때 돌아가셨어요. 병상에 누워 있으면서 제 아이가 저처럼 아버지 없이 자라게 될까봐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서울 성북구 오패산로 새서울나사로교회 박재민 목사는 지난 5월 췌장에 생긴 악성종양 제거 수술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갑자기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찾아왔고 보름 정도 몸을 벽에 기댄 채 생활했다. 췌장에 3㎝가 넘는 신경내분비종양이 생긴 게 원인이었다. 애플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이 병 때문에 사망했다. 당시 박 목사의 아내는 임신 중이었다.
“아내의 배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어요. 제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이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나님 앞에서 저도 울고 아내도 울고….”
박 목사는 어린 시절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어머니도 남편 없이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는지 박 목사가 생후 100일이 지나기 전 집을 나갔다. 박 목사가 병상에서 일어나기 위해 더 처절하게 기도했던 것도 본인이 이런 환경에서 자란 영향이 크다.
박 목사는 3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만삭의 아내는 낮에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돌본 뒤 저녁엔 무거운 배를 안고 병원으로 와 박 목사를 헌신적으로 간호했다. “출산을 앞둔 아내가 병간호를 하다 밤에 잠든 모습을 보면 가슴이 미어졌어요. 제가 의지할 곳은 오직 주님밖에 없었습니다.” 병상에서의 힘들었던 경험을 밝게 이야기하던 박 목사의 목소리도 이 대목에선 살짝 흔들렸다. 아기는 지난달 태어났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재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1000만원이 넘는 병원비를 감당하느라 통장 잔고가 비어갔다. 박 목사는 2013년 11월 교회를 개척한 뒤 단 한 번도 사례비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아내가 유치원 교사를 하면서 번 돈으로 생계를 꾸렸는데 이마저도 병원비로 쓰는 바람에 바닥이 났다. 박 목사 가정은 상가건물에 임대한 165㎡(약 50평) 규모 교회에 패널로 칸막이를 세워놓고 살고 있다. 다음달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임대료가 싼 곳으로 교회를 옮길 계획이다. 서울 강북구 오현로에 있는 116㎡(약 35평)짜리 장소를 봐둔 상태다.
그가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은 할머니의 영향이 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할머니가 쓰러지셨다. 병원에서도 더 이상 가망이 없다며 장례를 준비하라고 했다.
“그때 하나님께 ‘할머니만 살려주시면 주의 종으로 살겠다’고 서원했어요. 그리고 할머니는 기적적으로 다시 기운을 차리셨습니다.”
그는 다음세대를 세우기 위한 목회에 헌신하고 있다. 10명 남짓한 교인들도 대부분 초등학생이다. 박 목사 부부는 평일에 동네 아이들을 대상으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공부방 운영에 드는 비용은 지원금 없이 전부 박 목사 부부가 부담한다.
“하나님은 저에게 아이들을 품는 마음을 주셨어요. 아이들을 바르게 세우는 게 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이번에 제 생명을 연장해 주신 것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제게 주어진 ‘보너스 인생’은 지금보다 더 아이들에게 헌신하며 살고 싶어요.”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서울 새서울나사로교회] “하나님이 연장해 주신 삶, 아이들 위해 헌신”
입력 2015-09-22 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