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서 크리스털 팰리스 상대 EPL 데뷔골… ‘손’돌풍! 기본기에서 출발한다

입력 2015-09-22 02:37
볼을 안정적인 위치에 놓는다. 면적이 넓은 인사이드로 볼을 받으면 트래핑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AFP연합뉴스
볼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늘 주변을 살핀다. 상황을 미리 인지하면 불필요한 패스를 줄일 수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낮은 패스는 팀 동료들이 쉽게 받을 수 있다. 패스는 항상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도록 주고받아야 한다. AFP연합뉴스
“거칠고 빠른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펄펄 날 수 있을까?” 손흥민(23)이 지난달 28일(한국시간)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로 이적하자 팬들은 기대만큼 우려도 컸다. 하지만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53·손웅정축구아카데미 총감독)씨는 걱정하지 않았다. 기본기만 탄탄하면 어디에서든 통한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손씨는 전 세계에서 아들만큼 기본기를 배운 선수가 없다고 자부하고 있다. 물론 그 기본기는 손씨 자신이 가르쳤다.

손흥민은 2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2015-2016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홈경기에 오른쪽 날개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후반 23분 결승골을 터뜨려 토트넘의 1대 0 승리를 이끌었다.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을 넣은 손흥민은 최근 2경기에서 3골을 몰아치는 놀라운 득점력을 뽐냈다. 손흥민은 지난 18일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J조 1차전 카라바크(아제르바이잔)와의 경기에선 멀티 골을 작성했다.

크리스털 팰리스전을 돌아보면 손흥민은 벌써 프리미어리그에 적응한 것 같다. 공격수로서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는 물론 슈팅과 드리블, 패스까지 완벽했다. 토트넘은 압박을 기반으로 길목을 차단하는 전술을 구사한다. 또 다른 클럽보다 더 모험적이다. 토트넘의 스타일은 빠르고 대담한 손흥민과 잘 어울린다.

손흥민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분데스리가에 이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8세부터 16세까지 하루 6시간씩 아버지로부터 기본기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훈련 방식은 독특하다. 스트레칭을 제외하고는 공이 없는 훈련은 없다.

“배구는 배구공으로, 야구는 야구공으로 한다. 비밀은 바로 거기에 있다. 축구 선수는 축구공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패스, 리프팅 같은 기술을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다음에 체력, 멘탈(정신) 얘기를 해야 한다. 아이들이 훈련 때 경기장을 뛸 걱정부터 해선 안 된다.” 이것이 손씨의 지도 철학이다. 손흥민은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함부르크에 입단한 18세 전까지 이 같은 훈련을 받으며 성장했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동료들이 자기가 넣은 것처럼 축하해 줬다”며 “힘든 경기였는데 홈에서 데뷔골을 넣고, 팀이 이겨서 기분이 좋다. 매주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그가 보여 준 에너지는 놀라웠다. 그는 토트넘의 새로운 영웅이 될 수 있다”고 극찬했다. 손흥민이 이미 ‘손 샤인(Son Shine)’으로 인정받은 모습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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