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추석과 부모님 치매 예방

입력 2015-09-22 00:11

21일은 ‘치매 극복의 날’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치매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날로 우리 정부도 8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 주관으로 치매 관련 상담과 강좌, 치매극복 실버합창대회 등의 행사가 열려 치매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국내 치매 환자도 급증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 57만6000명에서 작년 59만6000명으로 늘었고 2024년에는 101만명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작년 말 기준으로 따져도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는 셈이다.

의료 수준이 진보하면서 발병 원인에 따라 완치가 가능한 치매도 있다고 의료계는 설명한다. 관건은 조기 발견과 치료다. 일찍 확인하면 그만큼 치료 효과가 크거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한다. 가족의 세심한 관찰과 관심이 치매 극복을 좌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고령의 부모와 자녀가 따로 사는 것이 일반화된 요즘 부모의 용태를 자주 살피기가 쉽지 않다. 고작 명절에 고향에서 얼굴 뵙는 경우가 허다하다.

추석이 코앞이다. 추석은 귀성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수녀시인 이해인은 시 ‘달빛기도’에서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라며 추석 귀향의 절절함을 노래했다. 고향이 더욱 반가운 이유는 부모가 계신 까닭이다.

이번 추석에는 듬뿍 드리는 용돈과 함께 치매 없는 건강한 노년을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정신건강 전문의들은 명절이야말로 부모의 건강 상태를 살필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고향 집의 냉장고와 찬장, 싱크대 정리 여부를 살펴보고, 우편함이나 약상자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치매 전조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의는 어머니의 음식 맛이 갑자기 변한 경우도 허투루 흘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추석을 앞두고 연로하신 부모를 둔 자식들이 곱씹어야 할 조언들이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