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큐브로 되살린 풍경과 추억… 서양화가 류하완 개인전

입력 2015-09-22 02:56

여성 작가의 길은 험난하고 고되다. 가족을 이루고 있든 아니든 한국미술계에서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묵묵히 붓질하고 전시를 여는 까닭은 비껴갈 수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서양화가 류하완(53) 작가도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오랫동안 도전하고 실험하는 가운데 절망과 희망의 교차점에서 줄타기를 했다.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롯데갤러리에서 10월 4일까지 열리는 그의 개인전은 30년 세월의 숱한 고뇌와 열정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덧 24번째 개인전이다. 전시에는 크게 두 가지 작품이 출품됐다. 풍경(Landscape)과 회상(Flashback·사진)이다. 대중에 가까이 가기 위해 관념을 버리고 쉽고 편안한 이미지의 작품 40여점을 내걸었다.

그의 작품은 많은 손질을 필요로 한다. 캔버스 위에 테이프로 오선지를 만든 다음 칼로 떼어낸다. 그 위에 얹은 물감이 스며들면 다시 테이프를 붙이고 자른다. 이 과정을 5∼8회 반복한 끝에 테이프를 모두 떼어내면 그 아래 우연히 빚어지는 형상은 우리네 삶의 모습이다. 도시 풍경의 테이프 작업 외에도 3D큐브가 등장하는 작품도 눈길을 끈다.

21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1970∼80년대 새마을운동이 붐을 이룰 때 많았던 빨간 벽돌집이 요즘은 재개발로 사라지고 있다. 테이프와 큐브로 그려내는 작업은 아스라한 풍경과 추억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관람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작업 중인 캔버스를 걸어두었다. 테이프를 붙이고 붓질도 할 수 있다(02-2670-8889).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