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건너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는 미국의 표정은 밝지 않다. 22일 국빈으로 그를 처음 맞는 미국은 그를 살살 달래야 하는 입장이다. 미국 뉴스채널 CNN은 “지난달 중국경제가 딸꾹질만 했는데도 미국 증시는 급락했다”며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이 혹시 되팔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고했던 금리 인상을 미룬 이후 다시 중국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금리 동결을 설명하면서 모두 16차례나 중국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과 신흥국의 위기가 미국까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상당히 많은 초점을 맞춰 왔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제는 미국의 금리 결정이 지구 반대쪽(중국) 경제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 중심의 중국경제=20일 베이징에서는 중국과 영국 사이 문화 교류의 해 개막식이 열렸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중국경제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거대한 성장의 원천이 되고 있다”며 향후 5년간 영국 전체의 경제 규모와 맞먹는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은 이미 글로벌 경제의 중심에 서 있다. 시 주석의 방미에서도 가장 큰 관심사는 인권도 사이버 보안도 아니다. CNN은 네 가지 중요 의제가 사실상 모두 경제 문제라고 전했다. 중국의 미국 기업 해킹, 경제사범 송환, 지적재산권 침해, 그리고 중국경제 상황 문제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논의된다. 시 주석은 “중국공산당이 경제를 확실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할 처지다.
미국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줄 정도로 커진 중국의 힘에 거부감도 크다. 미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시 주석에게) 만찬 대신 맥도날드 햄버거나 먹여라”고 비난해 지지율을 높였다.
◇중국경제 상황은=중국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잘나가기 때문이 아니다.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6월 이후 상하이 증시 주가지수는 40% 추락했다. 위안화 가치는 8월 이후 4% 떨어졌다. CNN은 “시 주석은 (방미 기간에) 중국공산당이 경제를 확실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외환시장의 펀더멘털은 취약하지 않다”고 중국 외환관리국 종합사 왕윈구이(王允貴) 사장(국장급)이 18일 말했다. ‘펀더멘털은 괜찮다’는 표현은 한국의 경제 관료들이 외환위기 직전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이다. FT는 최근 전문가들이 올 상반기 중국 경제성장률(GDP)을 5%로 분석하고 있으며, 4% 이하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정부는 7% 성장했다고 발표했지만 위안화 평가절하, 원자재 가격의 지속적 하락 등이 공식 발표보다 실제 성장률이 낮다는 증거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중국 실물경제가 수입·소비증가율·투자·금융 등에서 성장 둔화 현상이 나타나 4단 감속 브레이크에 걸렸다고 진단했다.
◇中 경제지표 주목=옐런은 다음달에도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고 시사했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내년 초까지 인상이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는 미국 경제지표나 옐런의 연설 등과 함께 중국 경제지표를 살펴봐야 좀 더 방향성을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24일 중국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된다. 지난달 47.3으로 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중국 증시 급락의 시발점이 된 지표다. 통상 국경절 수요의 영향으로 9∼10월 제조업 PMI가 상승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소폭 오름세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50 이하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신흥국 시장의 제조업 둔화 우려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중국 제조업지수가 전월 대비 상승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준선(50) 이하를 기록할 경우 경기둔화 우려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달 19일에는 중국 국가통계국이 3분기 경제성장률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중국 대표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는 3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7.0%에서 6.5%로, 4분기는 7.2%에서 6.6%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는 연착륙=중국 정부는 이미 경제 하강을 인정하고 연착륙에 목표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10일 중국 다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개막 연설에서 “중국경제의 경착륙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중국은 성장의 원천이지 위험의 진원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급격한 경기 침체는 부인했지만 하락세를 부인하지는 못했다. 중국 재정부 부부장(차관급)을 역임한 진리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재 지명자는 지난 9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경제는 뉴노멀에 접어들었다. 경제 발전이 큰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이뤄진다는 뜻이다. 침체가 아니라 성숙하는 과정에 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美 금리인상? 나 말고 중국에 물어봐!… 지구촌 흔드는 ‘차이나 리스크’
입력 2015-09-22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