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印尼·남아공·印·터키… 지구촌 경제 ‘약한 고리’ 5개국

입력 2015-09-22 02:50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기금 금리를 동결했지만 신흥국들은 바람 앞의 촛불 신세다. 당장 자국 통화가치가 떨어지는 악재는 피했지만 연내 금리 인상이 예고된 만큼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신흥국들은 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 압력과 정치적 혼란으로 위기를 극복할 여력이 떨어진다는 비관적인 분석이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제금융협회(IIF)와 영국 컨설팅 업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등의 신흥국 취약성지수를 20일 분석했다. 그 결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페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6개국은 연준발 충격(대외금융 취약), 중국발 충격(높은 대중 수출 및 원자재 수출 비중), 대내 요인 취약성에 모두 노출된 것으로 평가됐다. 6개국 중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남아공은 인도 터키와 함께 ‘프래자일 파이브’(5대 취약 국가)로 꼽힌다. 2013년 5월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지속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여기에 중국 경기 둔화로 수요가 부족해져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러시아 등 원자재 수출국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신흥국들은 국가 신용등급도 위협받고 있다. 브라질은 대내 정치 리스크, 환율 변동성, 재정적자 등 취약성이 가장 큰 나라로 꼽힌다. 지난 10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브라질 신용등급을 2008년 4월 이후 7년여 만에 투기등급인 BB+(종전 BBB-)로 낮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통화 충격으로 미국 장기금리가 1% 포인트 올라가면 브라질 장기금리는 2% 포인트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경우 원자재 수출 신흥국은 세금 수입이 줄어 재정적자 폭이 커진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 상승으로 이어져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유탁 수석연구원은 “신흥국 간 무역·금융 연관성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개별국 위기가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늦어져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정책 여력을 확보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 윤창용 연구원은 “금리 인상 불안감에 대부분 신흥국들은 통화완화 등 부양책을 아껴 왔다”며 “중국의 추가 지급준비율 인하를 비롯해 한국에서도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