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영화 ‘테이큰’을 패러디한 ‘투큰(tooken: taken의 의도적 문법적 오류)’. 저질스러운 섹스 관련 우스개로 점철돼 있었다. 자꾸 멜 브룩스가 그리워졌다. 하다못해 ‘ZAZ’라도.
영화감독, 배우, 제작자, 극작가, 코미디언, 작곡가 등 만능 연예인 브룩스는 자타가 인정하는 ‘패러디의 제왕’이다. 브로드웨이의 이면을 풍자한 ‘프로듀서들(1968)’과 최초로 흑인 카우보이를 주연으로 내세워 기존 서부극들을 신랄하게 패러디한 ‘불타는 안장(1974)’, 고전 공포영화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비튼 ‘청년 프랑켄슈타인(1974)’은 그중에서도 백미여서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미국 100대 코미디 영화 가운데 각각 11, 6, 13위에 올랐다.
브룩스 이후 나온 패러디 영화의 명가(名家)가 ‘ZAZ 사단’이다. 데이비드 주커와 제리 주커 형제, 그리고 짐 에이브럼스 세 명이 모인 코미디 영화 제작집단. 국내 제목 ‘못 말리는∼’으로 시작되는 일련의 패러디 영화들과 ‘미국판 구봉서’로 만든 ‘총알 탄 사나이’ 시리즈 등을 만들었다.
그러나 패러디 영화는 이들로써 끝난 듯싶다. 일부에서는 폄훼하는 시각도 있으나 기존 아이디어를 비트는 발상의 전환이라든지 참신한 시각을 통한 재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존재 의의가 있다. 멜 브룩스의 작품 같은 멋진 패러디 영화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38) 패러디영화의 종언?
입력 2015-09-22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