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재신임 투표를 철회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고민을 시작한 이유는 중진 의원 등 당 구성원들의 ‘절박함’이 전달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 의원들이 회의를 ‘보이콧’하면서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지만 다수의 당 구성원들이 중진회의, 중앙위원회,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 등 세 차례에 걸쳐 거듭 철회를 요청한 사실을 외면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20일 연석회의에는 재적 160명의 과반인 93명이 참석했다. 그 가운데 현역 의원은 81명이었다. 재판 중이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를 이유로 불참할 수밖에 없었던 인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이석현 국회부의장 등 중진들과 이종걸 원내대표, 전병헌 오영식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모습을 보였다. 비주류인 안철수 박영선 박지원 의원과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주승용 문병호 최원식 의원은 회의에 나타나지 않았다. 문 대표는 자신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라는 이유로 불참하고 회의 결과를 기다렸다.
회의 분위기는 2시간30분 동안 18명의 발언자가 나서는 등 뜨거웠다. 대다수 참석자들이 당내 분열을 속히 끝내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단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박수현 원내대변인의 발언에 모두 숙연해졌다고 한다. 일부 의원은 울먹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변인은 “내년 총선에서 낙선할 것 같다. 불출마 선언을 고민하고 있다”며 “(지역에서는) 민주당원이라는 게 부끄럽지 않게 해 달라고 호소한다”고 했다. 그는 또 “주류, 비주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문 대표(에게 대표직에서) 내려오라고 하면 대안이 있느냐. 제발 국민만 보고 가 달라”고 했다. 일부 의원들이 재신임 투표를 강행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재신임 투표 철회를 요청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박병석 의원은 회의 직후 이 원내대표와 함께 문 대표를 만나 연석회의 결과를 전달했다. 문 대표는 현역 의원 등 당내 다수의 구성원들이 걱정하고 고민한 부분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는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한편 중진들이 당의 통합을 위해 발 벗고 나선 부분에 대해 절박함도 함께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비주류 의원들이 대거 회의에 불참하면서 ‘결국 재신임 투표를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대표가 회의 결과를 접한 뒤 재신임 투표를 철회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80명 이상의 현역 의원과 이 원내대표까지 나서서 ‘추후 대표의 거취에 대한 논란을 배제한다’고 결의하면서 문 대표도 이를 마냥 거부하기 힘들게 된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 불참한 당 비주류는 여전히 장외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 비주류 재선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비주류는 비판을 자제해야 한다는 회의 결과에 귀속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총선 승리를 위한 대안과 비전 제시를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회의 결과에 승복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문 대표 등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문 대표는 이날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21일 재신임 철회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 당직자는 “문 대표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때문에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할 것 같다”며 “국감에서 복귀한 뒤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문동성 고승혁 기자 theMoon@kmib.co.kr
黨 ‘삼고초려’에… 文, 재신임 철회로 ‘가닥’
입력 2015-09-21 0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