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함께하면 이겨요” 따뜻한 동행

입력 2015-09-21 02:14
대구 지역의 한 대학생 치매 파트너가 관내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을 찾아가 치매선별 검사 등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구광역치매센터 제공

2년 전 40년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은퇴한 박재동(62·서울 사당동)씨는 요즘 새로운 보람을 맛보고 있다. 정년퇴임 후 별다른 일 없이 지내다 지난 5월부터 ‘치매 파트너즈’ 활동을 시작했다. 치매 파트너즈는 치매 환자나 독거노인의 집을 방문해 말벗이 돼주고 치매 예방과 조기 발견을 도와주는 봉사자를 말한다.

박씨는 “나 자신도 나이를 먹어가고 언제 치매에 걸릴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치매 파트너로 활동하면 나도 도움을 얻고 봉사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 구로동과 오류동의 홀로 사는 노인 5명을 매월 두 차례씩 꼬박꼬박 찾아간다. 대부분 80, 90대 고령자다. 말 상대가 없어 사람이 그리운 노인들에게 그는 자식 같은 존재다. 박씨는 제일 먼저 노인들의 건강과 생활상태를 꼼꼼히 살핀다. 그는 “안색이 이전과 달라지진 않았는지, 말투는 어눌하지 않은지 본다”고 했다.

이어 준비해 간 ‘치매예방수칙 3권(勸)·3금(禁)·3행(行)’을 얘기해 주고 치매선별 검사용 애플리케이션이나 설문지를 사용해 간단한 치매 위험 체크를 한다. 치매 예방용 뇌신경 운동과 체조는 동영상을 함께 보며 따라하기도 한다. 박씨는 “일부 노인은 방이 누추하다고 오는 걸 꺼리기도 하는데, 그땐 집 앞 공원 같은 곳에서 만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대학생 김하늘(25·가천대)씨는 의료봉사 동아리 회원 100여명과 함께 치매 파트너즈에 가입했다. 인천 남·중구의 치매 환자 가정이나 시설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말벗이 돼주거나 가족을 대신해 산책·외출에 동행한다. 김씨는 “처음엔 치매 어르신들이 생소하고 갈 때마다 ‘누구냐’고 해서 대하기 어려웠는데 계속 소통하려 노력한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씨와 김씨처럼 지역사회 치매 도우미로 활동하는 치매 파트너즈가 전국에 11만명을 넘어섰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는 9월 현재 치매 파트너즈 11만8719명이 등록돼 있다고 20일 밝혔다. 2012년 중앙치매센터 개소와 함께 ‘대학생 파트너즈’로 시작해 올 1월 치매 파트너즈로 이름을 바꾸고 가입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했다. 초등학생부터 중·고·대학생, 직장인, 60대 이상 고령자 등 다양하다.

중앙치매센터는 “올해만 7만명이 가입했다. 최근 퇴임 공무원 등 은퇴자의 참여가 활발하다”고 밝혔다. 대구광역치매센터에 등록된 대학생 치매 파트너즈 176명은 관내 독거노인 4357명을 찾아다니며 치매 고위험군 413명을 발굴해 보건소에 연계해주는 성과를 올렸다.

중앙치매센터 김현숙 팀장은 “독거노인의 경우 증상 발견이 늦어지거나 조기 검진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치매를 일찍 발견해 초기부터 약물치료를 하면 5년 후 요양시설 입소율이 55%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향후 5년간 치매 파트너즈 50만명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간 오프라인으로만 진행돼 온 치매 파트너즈 모집·교육은 21일 ‘치매극복의 날’을 기점으로 온라인(partner.nid.or.kr)에서도 가능해진다.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