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엄마들의 척추·관절 질환

입력 2015-09-22 02:18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
요즘 곳곳 척추·관절 질환으로 고통을 겪는 어머니들을 만나러 다닌다. 한평생 자식과 가족들의 뒷바라지로 정작 본인의 몸은 돌보지 못한 분들을 고쳐드리기 위해서다.

TV조선에서 방송 중인 ‘엄마의 봄날’ 이야기다. 외부활동이긴 하지만 쉽게 병원을 찾지 못하는 어머니들을 직접 찾아뵙고 나면 의사로서, 또 같은 연배의 부모를 모시는 자식으로서 안쓰러움과 보람찬 마음이 교차하곤 한다.

외진 시골로 어머니들을 만나러 다니면서 간단히 치료할 수 있는 병도 키워서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다른 질병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척추나 관절은 이상이 느껴지면 빨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몸을 움직이고 중심을 잡아주는 척추와 관절 건강은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어머니들이 많이 갖고 있는 질환 중 하나는 척추관협착증이었다.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에 허리에서부터 엉치, 종아리와 발바닥까지 저리고 아픈 척추질환이다. 치료는 신경성형술과 풍선신경확장술로 한다.

신경성형술이란 꼬리뼈 부위의 신경통로를 따라 지름 약 2㎜의 가느다란 특수 카테터(도관)를 삽입, 신경 주변의 염증과 붓기를 가라앉히는 약물을 넣어 통증을 완화시키는 치료법이다. 풍선신경확장술은 카테터 끝에 내장된 작은 풍선을 협착이 심한 부위에서 부풀려 척추관 내부를 2∼3배 가량 넓혀줌으로써 신경이 눌리지 않게 해준다.

20분 안팎이면 끝나는 이들 시술은 수술 이튿날부터 효과가 뚜렷이 나타난다. 시술 받은 어머니들과 그 가족들이 번번이 신기해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도 그럴 것이 수십 년간 어머니들을 괴롭혔던 통증은 가시고 굽었던 허리가 쭉 펴져 키가 한 뼘이나 커진 어머니도 계셨으니 말이다.

허리가 안 좋은 어머니들 중 무릎에 퇴행성관절염을 갖고 있는 어머니들도 많았다. 아파서 굽힌 허리 하중이 고스란히 무릎에 전달된 까닭이다. 이미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퇴행성관절염이 말기단계에 이른 경우도 있었다. 역시 지체 없이 인공관절 치환술을 시행, 무릎의 운동기능을 회복시켜줬다.

자식들 눈치가 보여서, 수술이 겁나서 허리가 아프고 무릎이 아픈 걸 무작정 참고 버티는 시대는 갔다. 100세 장수 시대가 현실이 된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몸의 뼈대, 척추·관절의 건강이다. 척추·관절이 튼튼해야 노년의 봄날도 즐길 수 있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