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청와대 비밀 통치자금’ 사기… 김기춘 前 실장 닮은꼴 외모로 6촌 동생 행세

입력 2015-09-21 02:35
갸름하고 긴 얼굴, 말끔히 넘긴 머리….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비슷한 외모를 이용해 김 전 실장의 친척 행세를 하며 2억원대 사기를 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청와대 산하 ‘통치자금 관리기구’ 직원을 사칭해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김모(59)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 등은 지난 3월부터 한 달간 하모(80·여)씨 등 피해자 2명에게 자신들을 ‘청와대 국고국’ 비밀직원이라 속였다. 22명의 차명계좌에 나뉘어 들어 있는 청와대 비밀 통치자금 1280조원을 공식자금으로 전환하는 걸 도와 달라며 돈을 요구했다. 추후 2배로 갚아주고 공로금 30억원도 주겠다고 속여 총 2억원을 받아 챙겼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하씨에게 ‘통치자금 존재 사실을 누설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내용의 보안각서도 쓰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씨는 김 전 실장과 흡사한 용모를 이용해 그의 6촌 동생 행세를 하며 의심을 피했다. 경찰 관계자는 “직접 김씨의 외모를 보니 김 전 실장과 너무 닮아 깜짝 놀랐다”며 “국고국이나 청와대 비밀 통치자금은 존재하지 않기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