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공화당 경선 후보 1위를 달리고 있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위 사진)가 버락 오바마(아래)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에 동조했다가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유세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외국에서 태어난 무슬림’이라는 한 지지자의 주장에 대해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여야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맹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경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는 처음부터 그런 증오의 말을 반박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미국 대통령이 이 나라에서 태어났는지, 기독교인인지를 질문하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경선 후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MSNBC에 출연해 “트럼프는 사과해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의 집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꼬집었다.
파장이 커지자 트럼프 캠프는 “질문의 앞부분을 듣지 못했다”고 해명하며 이날 저녁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 헤리티지액션이 주최하는 포럼에 참석해 연설하려던 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18일 ‘모닝 컨설턴트’ 조사결과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 2차 TV토론회 이후에도 지지율 36%로 여전히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한편 조 바이든 부통령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결정하고, 다음 달 13일로 예정된 민주당의 TV토론 이전에 출마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바이든 부통령 참모들은 출마 선언문에 담을 내용과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정치자금 모금과 선거대책본부 구성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바이든 부통령이 출마를 선언하면 민주당 선두 주자인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지지도가 ‘이메일 사건’ 등으로 크게 떨어지는 것과 맞물려 민주당 경선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부통령은 지난 15일 ‘히스패닉 유산의 달’ 기념행사에 참석해 트럼프의 이민자 혐오 발언을 노골적으로 비판해 출마를 위한 포석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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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무슬림” 주장에 “맞다” 맞장구 너무 나간 트럼프
입력 2015-09-21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