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유럽·신흥국發 경보음↑… 한국경제 앞이 안보인다

입력 2015-09-21 02:45




“최근 해외시장의 전망이 불확실해졌다. 중국의 경제 성장에 우려가 커졌고 신흥국의 금융시장도 눈에 띄게 불안정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재닛 옐런 의장은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는 금리 동결 소식에 안도하며 19포인트 이상 올랐지만 불확실성만 더 커졌다. 특히 옐런 의장의 우려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세계경제가 불안하다는 것으로 한국경제 안팎에 악재가 가득함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웃나라 중국이 7% 미만 성장을 대세로 여기고 있다. 게다가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다른 신흥국 곳곳에서마저 위기 신호가 선명해지고 있다. 가뜩이나 수출 엔진이 꺼져가고 있는 한국으로선 점점 어두운 터널로 지나가는 형국이다.

◇미·중 불안 여전=FOMC의 금리 동결은 아직 미국의 경제 회복세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미국에서는 최근 들어 실업률이 낮아지고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얼마나 지속될지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때문이다.

지난달 중국의 전격적인 위안화 절하 이후 세계가 중국을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지난 8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7로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에서 쉬고 있는 공장이 늘고 있다. 정부 당국이 증시에 개입하고 위안화를 절하하는 등 노골적인 부양책을 동원했지만 약발이 시원찮다. 중국 공산당의 경제 관리 능력까지 의심받고 있다. 연간 8%씩 성장해야 현상 유지가 가능하다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29년 만에 처음으로 7%를 밑돌아 6% 후반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5%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한국에 직격탄이다. 한국 수출의 4분의 1이 중국으로 간다. 한국의 수출은 올 들어 4.9% 줄었다. 지난달에는 14.7% 급감했다.

미국의 금리 동결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FOMC는 다음 달 다시 금리 인상 여부를 논의한다. 그때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동향에 따라 투자심리도 요동칠 전망이다.

◇유럽·신흥국 혼란=남미 최대 시장인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이 이미 투기등급으로 추락했다. 터키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제상황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 놓여 있는 형국이다.

한국은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신용등급 상향으로 차별화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신흥국 위기가 확대될 경우 안전할 수 없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8주간 한국 증시에서 이탈한 외국인 투자 자금은 52억2700만 달러에 달했다. 아시아 주요 신흥국 중 가장 큰 수준이다.

유럽의 난민 사태와 정치 동향도 위험 요인이다. 난민 유입을 둘러싸고 이미 셍겐조약이 사실상 파기된 상태다. 현지에서는 “유럽연합(EU)의 분열이 시작됐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남유럽에서는 재정위기로 인한 긴축에 반대하는 좌파 정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고, 서유럽에서는 난민 유입에 반대하는 우파 정당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외경제연구원 정성춘 실장은 “대외경제 여건 악화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성장이 중장기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며 “구조개혁을 통해 내수를 활성화하고 외국자본이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