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안보법률 제·개정을 완료함에 따라 동북아에서 미국·일본 동맹 대 중국 간 대립 구도가 한층 선명해지고 가속화하게 됐다. 중·일 간 군비 경쟁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한국의 외교·안보 딜레마와 긴장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제·개정된 11개 법률에는 지난 4월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의 골자가 고스란히 담겼다. 타국(동맹국)에 대한 무력 공격일지라도 일본 자위대가 무력 행사를 할 수 있다는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 및 ‘자위대 활동범위 전 세계로 확대’가 그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가이드라인과 안보법률 제·개정에 나선 근본 동기가 중국 견제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화’해 중국에 맞서게 하는 것은 미국의 국방·안보 전략가들이 1980년대 후반부터 구상·추진해 온 세계 전략의 핵심이다.
안보법률 통과 후 미국 조야의 반응이 형식적인 “환영” 수준이 아닌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미 국무부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간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평화 증진에 전념해 왔고 이는 모든 국가에 본보기가 된다”면서 “동맹을 강화하고 지역적·국제적 안보 활동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는 일본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에 미국이 얼마나 반가워하는지는 지난 4월 말 아베 총리 방미 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가 보인 이례적인 지지와 환영 무드에서 잘 드러난 바 있다. 외교 소식통은 20일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유럽 국가들이 미국 주도의 글로벌 현안 지원에 미온적이고,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해 미국이 더 이상 국방비를 확대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에 아베 총리는 너무나 고마운 존재”라고 말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일본의 집단자위권이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일본을 통해 아시아 지역의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겨냥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외교 입장을 반영하는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집단자위권법 통과 배경으로 “중국의 굴기에 대한 미·일의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면서 “양국은 중국에 칼을 겨누고 미·일동맹을 통해 대중 억지력을 강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특히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권 이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남중국해 등에서 일본 및 동남아 국가와 영유권 분쟁을 일으켜 일본의 재무장화에 빌미를 줬다는 비판도 있다.
미·일 군사동맹의 결과물이기도 한 이번 법안 통과는 우리 정부의 입지를 좁혀 놓고 있다. 한·미 군사동맹의 목적을 북한 도발 억제에 한정하려는 게 우리 입장인 반면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견제로 그 초점을 옮겨가고 있다. 미·일 군사동맹은 중국 견제가 최우선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한·미·일 동맹의 한 축인 동시에 중국과도 공존을 추구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더욱 힘겨운 외교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배병우 선임기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bwbae@kmib.co.kr
[이슈분석] 美·日 vs 中 더 치열 사이에 낀 韓… 日 집단 자위권법 통과 이후 격랑의 동북아
입력 2015-09-21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