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8일 한국교회 인사들과 면담을 갖고 중·고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기독교 활동을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교 역사교과서에 다른 종교들이 비교적 자세하게 언급된 반면 기독교가 누락된 것을 시정하려는 한국교회의 활동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한국교계국회평신도5단체’와 기독교역사교과서대책위원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관계자들은 이날 세종시 한 음식점에서 황 부총리를 만나 중·고교 역사교과서에 기독교 관련 내용이 빠져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개정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한국교계국회평신도5단체 상임대표 김영진 장로는 “이명박 정부 때 안병만 교육부 장관은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기독교가 왜곡·축소돼 있다는 한국교회의 지적을 받고 결국 집필기준을 개정했다”며 “그런데 같은 정권의 연장선에 있는 현 정부의 집필기준에서 기독교가 빠진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기독교역사교과서대책위원회 박명수(서울신대 교수) 전문위원장은 “근대화 시기에 의료·한글보급·교육·독립운동 분야 등에서 기독교의 역할이 컸다”며 “반드시 기독교 관련 내용이 역사교과서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 김철영 목사도 “역사교과서에 기독교 관련 내용을 포함하는 문제는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한국 기독교계가 제안한 10대 정책 중 하나이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공약한 것”이라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도 협의했던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황 부총리와 배석한 교육부 관계자는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기독교가 빠진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집필기준에 기독교를 포함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면담 참석자들이 전했다. 참석자들이 집필기준뿐 아니라 교육과정 성취기준에도 기독교 관련 내용을 포함시켜줄 것을 재차 요청하자 황 부총리는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관련 단체에) 지시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지만, 연구진에게 한국기독교의 입장을 잘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 단체는 앞으로 역사교과서의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기독교가 반드시 포함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이들 단체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데 이어 17일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과 진재관 국사편찬위 편사부장을 종교편향 등을 이유로 문화체육관광부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에 신고서를 접수했다.
세계성시화운동본부 공동총재 전용태 장로는 고등학교 ‘생활과윤리’ 교과서를 황 부총리에게 보여주며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다루면서 ‘성소수자의 인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하고 시정을 요청했다. 이에 황 부총리는 “그 교과서는 2011년판이고 앞으로 발행되는 교과서에는 동성애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교계국회평신도5단체는 국회조찬기도회 국가조찬기도회 세계성시화운동본부 한일기독의원연맹 세계한인교류협력기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중·고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기독교 활동 포함시키겠다”… 황우여 부총리, 기독교 단체 면담서 답변
입력 2015-09-21 00:43 수정 2015-09-21 1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