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첫 ‘사이버 군축 선언’ 성사될까

입력 2015-09-21 02:0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사상 첫 사이버 군축 선언을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사이버 군축 선언은 양국이 평화 시에 상대국의 핵심 인프라 시설을 선제공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게 될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사이버 군축의 대상이 되는 핵심 인프라시설에는 발전소와 금융시스템, 휴대전화망, 병원 등이 포함된다. 미 행정부 내에서는 사이버 군축 선언이 이뤄질 경우 1963년 미국과 당시 소련이 합의한 ‘대기 중 핵실험 금지’ 못지않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수전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지난달 중국을 방문해 사이버 군축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킹의 배후로 의심받는 중국기업들에 대한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은 시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멍지안주 공산당 특사를 워싱턴DC로 파견해 라이스 보좌관과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만나는 등 절충을 시도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2013년 캘리포니아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당시부터 해킹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으나 중국의 거부로 합의에 실패했다. 오히려 중국은 미 정보 당국이 중국의 통신사인 화웨이에 침투한 사실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을 인용하면서 중국이야말로 해킹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이버 군축 선언이 이뤄지더라도 미 연방정부 공무원 2200만명의 인사정보 해킹 등 중국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사이버 공격은 규제 대상에서 빠지게 돼 미 정부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조세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사이버 선제공격 억제는 ‘자기 규제’ 성격이 강하다”며 “사이버 공격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하고, 공격의 실체를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사이버 군축의) 실효성이 달렸다”고 말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은 쉽게 포착이 되지만 사이버 공격은 잘 드러나지 않는 데다 공격의 주체를 밝히기도 어렵다. 실제 미국은 연방정부 공무원 인사정보 해킹의 배후를 중국으로 지명하면서도 1년이 넘도록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이버 군축을 선언할 경우 사이버 무기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는 미국의 사이버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의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 같은 활동이 억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