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참의원 의장과 사이타마(埼玉)현 지사를 역임한 쓰치야 요시히코씨는 일본의 패망이 짙어진 1945년, 19세의 말단 군인으로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에서 근무했다. 당시 재일 한국인이 건네준 주먹밥으로 배고픔을 달랬던 일을 잊을 수 없어 평생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고마움을 간직하며 살았다고 후손들은 전했다.
쓰치야 전 의장은 1966년 비행기를 타고 가다 우연히 한국의 산이 황폐한 것을 보고 나무 씨앗을 기증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어 일본 사이타마현 히키군의 편백과 삼나무 씨앗 76만 그루분을 한국에 보냈다. 그 씨앗에서 자란 묘목의 대부분이 전남 장성 축령산과 장흥 억불산(우드랜드) 등에 심어졌다. 쓰치야 전 의장은 2004년 축령산 편백숲을 마지막으로 방문하고 2008년 작고했다. 그는 생전에 김대중 당시 대통령에게 한·일 지사회의 개최를 제안해 실현시키기도 했다.
그의 둘째 딸인 쓰치야 시나코 일본 중의원 외무위원장이 2012년 축령산 편백숲을 직접 둘러본 뒤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겠다고 마음먹었다. 쓰치야 위원장은 아버지에 이어 50만 그루분의 편백 씨앗을 다시 전남도에 보내기로 했다.
전남도는 쓰치야 위원장이 이낙연 전남도지사에게 친서를 보내 편백 씨앗 기증 계획을 알려왔다고 20일 밝혔다. 친서는 지난 19일 친언니인 모모코씨가 직접 이 지사에게 전달했다. 쓰치야 위원장은 친서에서 “히키군에서 생산된 편백 씨앗 한 말(18ℓ, 약 250만알)을 10월에 채취해 건조한 뒤 11월 말쯤 이 지사께 보내도록 준비 중”이라며 “발아율 20%로 계산해 약 50만 그루분이 되는데 이는 한·일 우호 50년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과 일본은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으로서 두 나라 국민끼리 어떠한 때에도 서로를 신뢰하고 우호하기를 바란다”며 “한·일 우호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아버지에 이어 편백 씨앗을 보낸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쓰치야 부녀의 2대에 걸친 한국사랑과 전남사랑에 감사드린다”며 “이 일이 한·일 양국 관계 발전은 물론 도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숲속의 전남 만들기’ 사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모모코 여사에게 말했다.
일본이 원산지인 편백은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함유된 나무로 알려져 있다. 쓰치야 부녀가 씨앗을 채취한 히키군은 일본 최고 ‘목공의 고장’으로 1300년 동안 명성을 유지해 오고 있다. 이곳의 편백과 삼나무는 ‘니시카와 목재’로 불리는 사이타마 명목(名木)이다. 전남도는 이 편백 씨앗을 산림자원연구소 부지에 내년 2월 파종, 묘목 시험재배를 거친 뒤 2018년 적절한 장소에 심을 계획이다. 이날 모모코씨는 편백으로 만든 이 지사의 명함을 선물했다.
무안=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일본 유명 정치인 부녀의 ‘한국 사랑’ 대물림
입력 2015-09-21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