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금융지원 되레 소득불평등 키웠다

입력 2015-09-21 02:49
정부가 저소득층 가계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맞춤형 금융상품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계층 간 소득불평등은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저소득층 부채가 소득을 늘리기 어려운 취약계층 위주로 늘어나는 데다 정부 지원대책도 이자비용을 일부 줄이는 데 집중돼 대출금을 갚고 나면 남는 돈이 부족해져 가난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원승연 명지대 교수가 20일 하나금융포커스에 발표한 ‘서민금융과 소득분배’ 보고서를 보면 근로소득뿐 아니라 자산(부채 포함)을 합산해 산출한 지니계수(가계·금융복지조사 분석)는 2012년 0.3580에서 지난해 0.3534로 개선됐지만 원리금 상환액을 뺀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같은 기간 0.3968에서 0.4415로 상승했다. 지니계수는 계층 간 소득 분포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소득불평등 정도가 높다는 의미다. 원 교수는 “금융을 활용해 저소득층의 미래소득을 늘리려는 서민금융이 소득분배를 개선하기보다 되레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이 돈을 빌렸을 때 소득 증대효과(주택가격 상승 등)는 불확실한 반면 대출금 상환 압박은 더 커진 탓이다.

이는 서민금융대책의 무게중심이 금융 지원에서 소득 확대로 이동하지 않으면 계층 간 소득 격차가 심화될 수 있음을 뜻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의 특징 중 하나는 저소득·저자산층(소득·자산 1분위), 월세 거주자, 비정규직 가구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이들은 고소득층에 비해 부채 규모는 작지만 상환능력이 떨어져 부실위험이 크다. 원 교수는 “채무상환능력이 부족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과도하게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고소득층과의 소득 격차를 확대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한국의 조세 체계가 소득불평등 개선에 기여하는 정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현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세금을 떼기 전인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41이고 세금을 뗀 후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02였다. 세전 대비 세후 지니계수 변화율, 즉 세금의 불평등 개선 효과는 11.4%로 계산됐다. 이는 OECD 평균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준이다. OECD 회원국 중 헝가리와 멕시코를 제외한 32개국의 세금의 지니계수 개선율은 34.0%로 조사됐다. 다만 한국의 지니계수 개선율은 2011년 9.1%, 2012년 9.2%, 2013년 10.1%에서 지난해 11.4%로 상승하면서 다소 개선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백상진 기자, 세종=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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