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에 어떤 말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가? 한가위? 추석? 중추절? 듣기 좋은 순수한 우리말이라 한가위가 좋고, 휘영청 보름달에 소원을 빌어보는 가을밤이라 좋고, 곡식 익어가는 소리가 들릴 듯한 가을 한복판이라는 뜻이 더 좋은가.
이 시절의 어떤 의미가 가장 마음에 와 닿는가? 고향에 다녀온다, 반가운 얼굴들을 만난다, 집안 어른들께 인사드린다, 성묘를 하며 나의 깊고 오랜 뿌리를 되돌아본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오순도순 모여 앉는다, 송편을 찌고 오색가지 전을 베어 문다, 때때옷을 장만한다, 선물에 담을 뜻을 고민한다 중 어떤 의미가 좋은가.
이 모든 의미 중의 으뜸은 역시 ‘집에 돌아간다’ 아닐까? 고향보다 작은 장소이지만 고향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담은 말이 ‘집’이다. 눈에 보이는 공간으로서의 집일 뿐 아니라 그 안에 담은 삶의 주인공들인 ‘사람을 담은 집’이라는 의미다. 우리말 ‘집’은 참으로 오묘하다. 물리적인 형태로서의 집이기도 하고 가족을 담은 가정의 삶을 표현하기도 하니 말이다.
집에 돌아간다는 의미를 새삼 들여다보자. 보고 싶어서, 기대고 싶어서, 안기고 싶어서, 안아주고 싶어서, 고달파서, 펑펑 울고 싶어서, 쓰러져 자고 싶어서, 내려놓고 싶어서, 다시 일어나고 싶어서 우리는 집에 돌아간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편해질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집에 돌아간다. 떠나려 했던 그 모든 것과 익숙했던 그 모든 것을 떠올리면서 집에 돌아간다.
막상 집에 돌아가면 그것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고, 실망도 하고, 때로는 화가 나고, 때로는 더 슬퍼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놓칠 수 없는 기대감, 다시 찾고 싶은 추억이 있기에 우리가 이 시절 돌아가는 집은 삶의 뿌리로 미래에 대한 꿈을 다시 찾게 해준다.
이번 추석에 입시도 승진도 취직도 결혼도 쇼핑도 다 잊고 싶어라! 한 보따리 선물도 상다리 휘는 음식도 필요 없어라! 다만 ‘집에 돌아간다’는 그 의미만 찾고 싶어라!
김진애(도시건축가)
[살며 사랑하며-김진애] 집에 돌아간다는 의미
입력 2015-09-21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