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희생자 115명이 70년 만에 고향땅에 안장됐다. 한·일 양국 시민단체는 두 나라 정부가 나머지 희생자 발굴과 유골 봉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과 일본 시민단체로 구성된 ‘강제노동 희생자 추모·유골 귀환 추진위원회’는 20일 일본 홋카이도 강제노동자 115명의 유골을 경기도 파주 서울시립묘지 납골당에 안장했다. 전날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장례식에는 시민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유골이 20대 청년들 손에 들려 행사장으로 운구될 때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했다.
한국 측 ㈔평화디딤돌 정병호 대표는 “죽어서도 존중받지 못했던 영령들의 아픔을 마음에 새기며 70년 만에 장례식을 거행한다. 일본 탓만 하고 정부만 바라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던 일을 여태까지 못한 저희를 용서해 달라”고 했다. 그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수천·수만의 강제희생 영령을 기리고 잊지 않겠다. 우리 곁으로 모시고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본 측 대표인 동아시아시민네트워크 도노히라 요시히코 대표는 “(115명의 유골이) 고향땅으로 돌아오기까지 너무 긴 시간을 기다리게 해 희생자와 유족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어 “한·일 시민의 힘으로 봉환한 유골은 정말 많은 희생에 비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과 한국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일본에 남은 희생자를 발굴하고 봉환을 추진해 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11일 홋카이도에서 출발한 유골은 도쿄∼교토∼오사카∼히로시마 등 강제노동자들이 끌려갔던 길을 되돌아 전날 부산에 도착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홋카이도 최북단 지역 일본군 비행장 건설 현장, 북부 산간지역 댐 건설 현장 등에서 희생됐다. 양국 민간단체와 종교인, 학생들은 1997년부터 최근까지 홋카이도 각지에서 유골을 수습했다.
서울광장에서 장례식을 치른 유골은 인근 대한성공회 서울 주교좌 성당에 하룻밤 보관했다가 20일 아침 경기도 파주로 옮겨 안장했다.강창욱 기자 kcw@kmib.co.kr
日 강제노동 희생자들, 고향 땅에 안기다… 한·일 시민단체, 파주 납골당에 115명 유골 안장
입력 2015-09-21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