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최모(28)씨는 지난달부터 다른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 6명과 새로운 ‘스터디 모임’을 시작했다. 올해 시험에서 떨어진 최씨가 새롭게 구성한 모임의 목적은 ‘노는’ 것이다. 한 달에 한두 번 날을 잡아 회원 7명이 함께 여가를 보낸다. 지난 주말에는 당일치기로 춘천 여행을 다녀왔다. 시험 준비 때문에 엄두도 못 내던 여름휴가를 같은 처지인 여럿이 의기투합해 감행했다.
여럿이 모여 공부하는 모임을 뜻하는 ‘스터디’는 대학생·고시생 사이에서 ‘모임’의 의미로 사용된다. 함께 밥을 챙겨먹는 모임을 ‘밥터디’(밥+스터디)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취업준비 수험생 사이에서 ‘놀터디’(놀이+스터디)가 유행하고 있다.
청년 취업난에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는 최씨 같은 수험생들은 집을 나와 고시원에 기거하느라 가족·친구와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도 휴식은 필요한 것이어서 함께 여가를 보낼 상대를 찾다보니 스터디 모임의 또 다른 형태로 발전한 것이다. 최씨 모임처럼 여행을 다녀오거나 ‘불금’(불타는 금요일)에 저녁을 함께하며 스트레스를 덜어내곤 한다.
최씨는 20일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주위 사람들과 연락을 끊었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외로울 때가 많은데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휴식을 취하면 마음이 편하다”며 놀터디를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경쟁자일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놀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이 줄어드는 게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동작구에서 자취하는 세무공무원 준비생 김모(26)씨도 “주변에 놀터디를 시작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면서 “같은 학원에 다니는 사람들과 함께 여가를 보내다 보면 딱 정해놓은 시간만 쉬고 다시 책상에 앉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공시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스터디 모임 외에도 카카오톡이나 메신저 친구들을 구하는 게시판, 함께 봉사활동할 사람을 모집하는 게시판 등이 갖춰져 있다. 시험을 준비한 지 2년 됐다는 김씨는 “시험 준비로 받는 스트레스는 가족이나 친구도 이해해주지 못할 때가 있다”며 “온라인에서 수다를 떨거나 쉬는 것마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처량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청년세태] 같은 처지끼리… 공시생들 ‘노는 스터디’
입력 2015-09-21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