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18일 라디오 방송에 나와 ‘김무성 대권 불가론’으로 해석됐던 친박(친박근혜)계 윤상현 의원의 발언에 대해 “술에 취해 한 이야기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또 윤 의원에 이어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까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불가론’을 들고 나오자 “차기 대선 권력 갈등을 일찌감치 표면화시키는 자체가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을 재촉하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김 의원은 김무성 대표와 가깝다.
김 의원의 비판에 윤 의원은 “술 취해 한 발언 아니냐고 했다는데 저는 맹물 먹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다”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해외 국감을 마치고 이날 오후 귀국한 윤 의원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무성 대표 불가론이란 건 과도하게 잘못된 해석이란 말을 드린다”고 해명했지만 “오픈프라이머리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아 빨리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현재 권력’(박근혜 대통령)과 ‘미래 권력’(김무성 대표)의 전쟁이 시작됐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친박계는 김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고 지키겠다’는 오픈프라이머리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 실시를 위해서는 공직선거법 등 3∼4개 법률 개정이 필요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으로 여야 지도부 간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자 공세를 더 강화하는 모양새다. 친박계는 완전한 형태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불가능해졌으니 ‘플랜B’를 마련하라며 김 대표를 압박하는 동시에 ‘친박 대선 후보론’까지 띄우며 ‘김무성 흔들기’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공세의 배경에는 ‘20대 총선 공천권’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당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생각하면 한 명이라도 더 친박계가 총선에서 공천을 받는 게 필요하고, 이를 위해 당권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논란에 가세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픈프라이머리는 야당이 합의를 해서 같이 추진해야만 완벽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생겼다”면서 “새로운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김 대표 본인은 양 진영의 대립이 ‘치킨 게임’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 눈치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표와 만나 의사를 타진해보겠다”며 오픈프라이머리와 관련한 여야 협상 타결 의지를 재차 밝혔다. 특히 김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야당 반대로 완전히 무산될 경우 대안, 즉 ‘플랜B’ 추진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김 대표는 “(여야 합의 불발로) 당론으로 관철시키는 게 안 된다고 확정될 때는 그때 가서 또 당의 공식 기구를 통해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여권 내 계파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김 대표가 노사정위원회 대타협안 도출을 위해 노조 측 설득에 앞장서는 등 박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 왔다는 점에서 양 진영의 갈등이 당분간 대충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이슈분석] 與도 커지는 내부 파열음… ‘공천권’ 전쟁 점화?
입력 2015-09-19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