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與도 커지는 내부 파열음… ‘공천권’ 전쟁 점화?

입력 2015-09-19 02:53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원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오픈프라이머리와 관련 “국민공천제를 기초로 해서 ‘제3의 길’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주 기자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18일 라디오 방송에 나와 ‘김무성 대권 불가론’으로 해석됐던 친박(친박근혜)계 윤상현 의원의 발언에 대해 “술에 취해 한 이야기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또 윤 의원에 이어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까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불가론’을 들고 나오자 “차기 대선 권력 갈등을 일찌감치 표면화시키는 자체가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을 재촉하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김 의원은 김무성 대표와 가깝다.

김 의원의 비판에 윤 의원은 “술 취해 한 발언 아니냐고 했다는데 저는 맹물 먹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다”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해외 국감을 마치고 이날 오후 귀국한 윤 의원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무성 대표 불가론이란 건 과도하게 잘못된 해석이란 말을 드린다”고 해명했지만 “오픈프라이머리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아 빨리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현재 권력’(박근혜 대통령)과 ‘미래 권력’(김무성 대표)의 전쟁이 시작됐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친박계는 김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고 지키겠다’는 오픈프라이머리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 실시를 위해서는 공직선거법 등 3∼4개 법률 개정이 필요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으로 여야 지도부 간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자 공세를 더 강화하는 모양새다. 친박계는 완전한 형태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불가능해졌으니 ‘플랜B’를 마련하라며 김 대표를 압박하는 동시에 ‘친박 대선 후보론’까지 띄우며 ‘김무성 흔들기’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공세의 배경에는 ‘20대 총선 공천권’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당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생각하면 한 명이라도 더 친박계가 총선에서 공천을 받는 게 필요하고, 이를 위해 당권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논란에 가세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픈프라이머리는 야당이 합의를 해서 같이 추진해야만 완벽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생겼다”면서 “새로운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김 대표 본인은 양 진영의 대립이 ‘치킨 게임’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 눈치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표와 만나 의사를 타진해보겠다”며 오픈프라이머리와 관련한 여야 협상 타결 의지를 재차 밝혔다. 특히 김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야당 반대로 완전히 무산될 경우 대안, 즉 ‘플랜B’ 추진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김 대표는 “(여야 합의 불발로) 당론으로 관철시키는 게 안 된다고 확정될 때는 그때 가서 또 당의 공식 기구를 통해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여권 내 계파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김 대표가 노사정위원회 대타협안 도출을 위해 노조 측 설득에 앞장서는 등 박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 왔다는 점에서 양 진영의 갈등이 당분간 대충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