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금호산업 매각 ‘순풍’…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그룹 재건 초읽기

입력 2015-09-19 02:28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6년 만에 실질적인 그룹 지배권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 핵심 계열사인 금호산업 채권단은 18일 박 회장에게 제시할 경영권 지분(지분율 50%+1주) 인수가격을 주당 4만1213원, 총 7228억원으로 결의했다.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55개 채권금융기관들로부터 7228억원의 매각 가격에 대한 찬반을 취합한 결과 75% 이상의 채권단이 동의를 표시해 가결 요건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박 회장에게 21일 가격을 통보할 예정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신중한 입장이지만 재계에서는 박 회장이 채권단 제시 가격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채권단이 제시한 7228억원은 지난 9일 박 회장이 채권단에 제시했던 7047억원과 181억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채권단은 당초 1조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했다가 7228억원으로 낮췄고, 박 회장 역시 6503억원을 제시했다가 7047억원으로 올렸다. 가격 접근이 이뤄진 셈이다.

박 회장이 채권단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금호산업은 박 회장에게 매각되고, 박 회장은 지난 2010년 1월 이후 워크아웃·자율협약에 들어갔던 그룹 계열사 대부분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다음주 중 채권단과 박 회장의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크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30.08%)이고,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아시아나에어포트·아시아나IDT 주식 100%를 보유하는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2008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했다가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걸려 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2009년 ‘형제의 난’으로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경영 일선에서 동반 퇴진했다. 2009년 12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구조조정 방식의 일종인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그룹 정상화에 주력했던 박 회장은 2010년 10월 그룹 회장으로 복귀했고, 2013년 11월에는 금호산업 대표도 다시 맡았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2월 자율협약·워크아웃을 졸업했고, 금호산업도 조건부로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그룹 전체가 정상화 수순을 밟아 왔다. 박 회장이 올 연말까지 금호산업 인수를 완료한 뒤 내년 채권단이 대주주인 금호타이어까지 인수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이 완성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