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2차 TV토론에서 칼리 피오리나(61) 후보가 논리적이고 명쾌한 답변으로 타 후보들을 압도하며 조명을 받았지만 그녀의 ‘과거’ 때문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 보도했다.
WP는 ‘이 한 편의 광고가 피오리나를 침몰시킬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2010년 미국 공중파를 탔던 광고 한 편을 소개했다. 이 광고는 당시 피오리나가 공화당 소속으로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에 도전했을 때 경쟁자였던 민주당의 현 바버라 복서 상원의원이 제작해 방영한 것이다.
피오리나는 통신회사 AT&T의 영업사원부터 시작해 컴퓨터 회사인 휴렛팩커드(HP)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정보기술(IT) 업계 최고의 CEO로 꼽혔던 그녀가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에 출마하자 선거 판도는 크게 출렁거렸다. 하지만 복서 의원은 HP 시절 피오리나가 취했던 조치들을 담은 이 광고로 피오리나의 지지율을 곤두박질치게 했다.
광고는 피오리나가 HP CEO로 취임한 뒤 3만명의 직원을 해고했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미국 일자리는 자르면서 아웃소싱을 통해 중국의 일자리는 늘려줬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직원을 해고하면서 자신의 연봉은 3배로 늘렸다고 질타했다. 또 직원 해고 뒤 피오리나가 임원용 자가용 비행기 5대를 사들였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녀가 높아진 연봉으로 수백만 달러짜리 개인용 초호화 요트를 사들였다고 비판했다.
당시 정치 신인이면서도 복서 의원을 역전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던 피오리나는 이 광고가 방영된 직후 지지율이 급락하기 시작해 결국 선거에서 패배했다. WP는 “현재 미 대선은 부의 불평등 문제가 핵심 의제”라며 “피오리나를 공격했던 내용이 이번에도 그녀의 지지율을 깎아 먹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날 토론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피오리나가 HP를 몰락시켰다”고 몰아붙이는 등 이미 다른 후보들도 피오리나의 CEO 경력을 계속 물고 늘어질 태세다. 피오리나는 1999∼2005년 HP의 CEO로 재직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3만명 해고하고 본인 연봉은 3배로… 피오리나, 그녀가 CEO 때 일을 알고 있다
입력 2015-09-19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