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라동철] 창대하게 시작한 국민대통합위 ‘속빈 강정’

입력 2015-09-19 00:20

국민대통합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핵심 키워드 중 하나였던 ‘국민통합’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가치 도출을 내걸고 2013년 7월 8일 출범한 대통령 자문기구다.

위원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의 한광옥 위원장을 비롯한 민간위촉위원 18명과 당연직 정부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위원은 20개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장 전원과 청와대 정무수석 등 21명으로 국무회의에 버금갈 정도다.

그러나 2년여가 흐른 현재 국민대통합위원회는 국민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 거창한 목표를 내걸고 화려하게 출발한 것에 비해 존재감이 거의 없다. 무슨 일을 하는지, 심지어는 이런 기구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박근혜정부는 국민대통합을 강조했지만 출범 후 지역·계층 간 갈등은 오히려 증폭돼 왔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재계와 노동계 등 곳곳에서 소통하고 타협하고 공생하려는 모습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청와대나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국민대통합위원회도 전혀 역할을 못한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이 18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왜 이렇게 됐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위원회는 출범 이후 6차례 정기회의를 열었지만 정부 내에서부터 외면을 받았다. 대통령이 주재한 첫 회의를 제외하고는 장관들은 매번 모두 불참했다. 2013년 12월 2차 회의부터 차관이나 기획조정실장이 대신 참석했고 그마저도 불참한 곳이 적지 않았다. 2014년 10월 4차 회의부터는 위원회 간사인 청와대 정무수석조차 나오지 않았다.

정부 스스로 홀대하는 기구가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속 빈 강정’이 된 국민대통합위원회처럼 박근혜정부가 강조한 ‘국민대통합’도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라동철 사회2부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