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가 밀어붙이는 집단자위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일본은 사실상 ‘공격받지 않아도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나라’로 바뀌었다. 아베 정권은 그동안 집단자위권 법안 통과를 압도적으로 반대하는 일반 여론과 내각 불신임안 등을 제출한 야당을 무시하는 강경한 자세로 일관해 왔다.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아베 총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전후체제를 극복하고 보통국가가 되기 위해 평화헌법까지 개정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중국 견제를 위한 미·일동맹 강화 등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은 그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는 데다 보통국가를 향한 그의 공명심도 끝이 없어 보인다. 그는 개헌을 ‘비장한 소원’이라고까지 표현한 바 있다.
한국이나 중국 등 주변국이 군국주의 부활이라고 우려할 정도로 치닫고 있는 아베의 우경화는 결과적으로 동아시아의 평화 구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안보 정책 측면에서 주변국들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일본 내 극우 세력을 자극하는 등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경화 독주로 전후체제를 극복하려는 자세는 옳지 않을 뿐더러 국제사회에서의 일본의 리더십을 손상시킬 따름이다. 전후체제를 독일이 어떤 자세로 극복하고, 어떻게 유럽 국가들의 확고한 리더 자리에 올라섰는지를 살펴보면 해답은 바로 나온다.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역할은 분명 작지 않다. 경제·군사 측면에서 날로 더해가는 중국의 팽창주의를 견제하고, 역내 경제 성장의 주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한·미·일 구도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다. 아베는 전후 평화헌법에 역행하는 우경화 독주를 멈추고 동아시아 국가들의 우려와 특히 일본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게 올바른 일본의 길이다.
[사설] 日 시민사회 짓밟는 아베의 공명심을 경계함
입력 2015-09-19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