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감이 재롱잔치도 아니고 대체 이게 뭔가

입력 2015-09-19 00:02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2015년 국정감사 얘기다. 1주일이 갓 지났지만 벌써부터 ‘저질국감’ ‘막장국감’ ‘코미디국감’이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사상 최악의 국감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다.

내년 총선거와 각 당의 내분 등으로 ‘민생국감’(새누리당), ‘4생 국감’(새정치민주연합) 등 여야의 다짐이 공허한 구호가 돼 버렸다. 19대 국회를 결산하는 마지막 국감이라는 의미를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국회의원들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왜 안 그렇겠나.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이 대표적인 예다. 의원들은 이날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장면을 잇따라 연출했다.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은 “한국과 일본이 축구 경기를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고 물었고, 새정치연합 신학용 의원은 지역구 민원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였다. 비난이 거세지자 두 의원은 18일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전날 질의에 공식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말이 아닌 진정으로 자신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밖에 “일어나서 ‘물건’(성기를 지칭) 좀 꺼내봐라”는 지나친 성희롱 발언이나 경찰 총수에게 장난감 권총 격발 시연을 요구하는 망신주기도 서슴지 않았다. 이러니 국감 무용론이 올해도 나오는 게 아니겠는가.

국정 전반에 대해 조사를 하는 국감이 부활한 지 벌써 30년 가까이 된다. 강산이 세 번 변한다는 긴 세월이 흘렀어도 우리 의원들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유권자의 심판밖에 없다. 추석 전·후반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번 국감을 국민들이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내년 4월 ‘표’로 응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