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 자녀는 소외 아동 속에서도 철저히 소외된 아이들입니다. 불안정한 양육 환경 탓에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일반 아동보다 5배 높은 범죄율을 보이지만 사회적 무관심 때문에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습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양화로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본부에서 만난 이경림(51) 상임이사는 수감자 자녀를 ‘철저히 소외된 아이들’로 정의했다.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은 이 상임이사가 올해 3월 국내 최초로 설립한 수감자 자녀와 가족 지원을 위한 비영리기구(NPO)다. 단체 이름 ‘세움’은 마가복음 9장 36절에서 영감을 얻었다. 말씀처럼 수감자 자녀를 ‘세우고 안아’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키운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상임이사는 24년간 국내 빈곤 아동의 곁을 지킨 아동복지분야 ‘베테랑’이다. 1991년 서울 낙후 지역 공부방 교사로 빈곤 아동과 인연을 맺은 그는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숭실공생복지재단 등 아동복지시설에서 주로 활동했다. 그는 “수감자 자녀들이 ‘가해자 가족’이란 낙인 때문에 대부분 빈곤·결손 가정에서 자라며 어려움을 겪는데도 제대로 도움받지 못하는 현실에 충격을 받아 이 단체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수감자 자녀들은 자신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마음의 짐을 지고 살아요. 부모의 수감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 대부분은 심리·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일반인 자녀보다 높은 탈선 가능성, 학교생활 부적응 등 부정적 결과를 빚어내고요. 이 때문에 저는 이들을 ‘가해자 가족’보단 ‘또 다른 피해자’로 봅니다.”
현재 국내 수감자 자녀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나 지원의 손길은 전무한 수준이다. 이 상임이사는 국내 52개 교도소의 수감자 유자녀 비율을 계산할 때 5만∼6만명의 수감자 자녀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우리나라 18세 미만 인구의 약 0.6%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래서 그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 수감자 자녀들을 위해 실태 및 욕구조사, 해외 사례 조사 등에 돌입했다. 지난 6월부터는 후원자 150여명을 모집해 수용자 자녀 장학금 지원, 주거비·법률 지원 등도 시작했다.
현재 수감자 자녀 7명을 지원하고 있는 세움은 연내에 지원 대상을 5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법무부 협조로 도움이 절실한 수감자 자녀를 추천받았는데 그가 예상한 인원(20명)을 훨씬 웃도는 200명의 명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상임이사는 연말까지 직원 4명과 함께 지원 대상 가정을 일일이 방문해 이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경제적·정서적 지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는 11월 책 ‘가해자 가족’의 저자 스즈키 노부모토를 초청해 정책토론회를 열고 수감자 자녀에 대한 인식개선 활동을 펼친다.
요즘은 오는 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리는 수감자 자녀를 위한 후원음악회 ‘댄싱 위드 조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의 친구이자 오르가니스트 4인 앙상블 오르투스의 리더인 박은혜씨가 제안을 한 게 계기가 됐다. 공연 수익금은 모두 세움이 펼치는 수감자 자녀 지원 활동에 쓰인다. 신생 NPO를 이끄는 이 상임이사의 목표는 수감자 자녀와 가족에게 ‘친한 비밀 친구’가 되는 것이다.
“수감자 가족의 말 못할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하는 ‘기댈 어깨’가 되는 게 우리의 비전이자 목표예요. 세움을 사람들의 노력으로 세워진 단체로 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수감자 가족의 기도를 주님께서 들으신 결과로 보거든요. 앞으로도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이들의 기도를 실행하는 단체가 됐으면 합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수감자 자녀들, 또 다른 피해자입니다”…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이경림 상임이사
입력 2015-09-21 0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