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으며, 잘 익은 곡식과 과일들로 사람들 마음이 두루 풍요로운 명절, 추석이 곁에 와 있습니다. 이맘때의 넉넉함은 들판의 벼(禾)들이 불(火)처럼 벌겋게 익어 물들었다는 뜻을 가진 ‘가을 추(秋)’자에도 담겨 있습니다.
조상의 묘를 찾아 살피는 것을 ‘성묘’라고 하지요. 이즈음이 되면 주말 전국 도로에 ‘벌초정체’가 빚어지기도 하고, ‘벌초’ ‘금초’ ‘예초’ ‘사초’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벌초(伐草)는 ‘무덤의 잡풀을 베어내고 다듬어 깨끗이 하다’라는 뜻입니다. 정벌(征伐)에 나서기 위해 창을 든 사람 모습의 伐자를 풀을 벤다는 말에 쓴 것은 좀 과하지요? 금초(禁草)는 ‘불을 조심하고 때맞추어 풀을 베어 무덤을 잘 보살피다’라는 의미인 금화벌초(禁火伐草)의 준말입니다. 불을 질러서 묘지를 태우지 말고 낫 등으로 잘 다듬으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요즘은 동력 ‘예초기’로 벌초하는 모습을 흔히 보는데, 예초(刈草)는 ‘풀을 베다’라는 뜻입니다. 사초(莎草)는 ‘무덤에 떼를 입혀 잘 다듬는 일’을 말하지요. 벌초, 금초, 예초와는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조상 묘를 찾아 잡풀을 베어내고 살피는 마음으로 내 속도 잘 살펴서 방심하면 자라는 잡심(雜心)을 베어내야 하겠습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벌초’ ‘금초’ ‘예초’ ‘사초’
입력 2015-09-19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