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의 책’ 등 관객 참여형 설치작품 ‘눈길’… ‘안규철展’ 내년 2월 14일까지

입력 2015-09-21 02:18
안규철 작가가 ‘기억의 벽’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1000명의 책’. 둘 다 관객들이 참여하는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재공

현대미술에서 관객의 참여는 새로운 게 아니다. 따라서 참여 행위에 밴 작가의 의도와 결과가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현대차 시리즈의 두 번째 전시로 안규철(60) 작가를 선정해 ‘안규철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전을 갖고 있다. 현대차가 중진작가를 지원하는 연례 프로젝트다. 1호는 이불 작가가 선정됐다. 이불 작가가 전시공간을 거울로 가득채운 스펙터클한 작품으로 ‘크기를 통한 감동’을 주었다면 안 작가는 시적 감동을 추구한다. 전시 제목은 마종기(76) 시인의 시에서 인용했다. ‘지금 여기’에 부재하는 것들의 빈자리를 드러내고 의미를 되새기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핵심은 관객이 참여하는 ‘1000명의 책’과 ‘기억의 벽’ 퍼포먼스다. ‘1000명의 책’은 1000명 신청자가 1시간씩 교대로 ‘필경사의 방’에 들어가 작가가 선정한 작품을 필사하는 행위다. 카프카의 ‘성’, 이상의 ‘날개’, 김승옥의 ‘무진기행’ 등이 제시됐다. ‘기억의 벽’은 8600개의 작은 카드가 모자이크처럼 빽빽이 걸려 있는 벽이다. 관객들이 카드에 ‘가장 그리워하는 것’을 쓰게 하고 그걸 벽에 건다. 작가는 “어머니, 고향, 사랑 등 상투적인 답이 나올 수 있겠으나 그것이야말로 지금 부재한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작가의 관심은 현대인의 고립과 외로움 등 개인적 상황에 머물러 있는 거 같다. 단절된 64개의 방을 미로처럼 헤매게 하는 ‘64개의 방’, 둔중한 콘크리트 공 안의 텅 빈 공간에서 낯선 체험을 하게 하는 ‘침묵의 방’ 등 총 8점의 작품이 대체로 그렇다. 청년 실업, 노동 소외, 남북 갈등 등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시대적 이슈와는 거리가 있다. 관객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대중적인 주제를 내세운 듯하다. 내년 2월 14일까지(02-3702-9500).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