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43) 조성욱건축사사무소 대표 명함엔 특이한 게 있다. 주소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 543-3W. 서쪽을 뜻하는 영문 이니셜 ‘W’가 끝에 있다.
지난 15일 판교 단독택지지구에 있는 그 곳을 찾았다. 자택이자 사무실이다. 같은 주소의 두 집이 맞붙어 있다. 옆집에는 동쪽을 뜻하는 ‘E’가 붙어 있다. ‘듀플렉스(쌍둥이) 하우스’다.
조 대표를 ‘쌍둥이집’(일명 ‘땅콩집’) 전문가라고 불러야 할까. 판교에 벌써 4채를 지었고 2채를 공사 중이며 2채는 설계를 하고 있다.
“쌍둥이집은 필요가 낳은 발명이지요. 마당 있는 단독주택에 살고 싶지요. 자금 사정은 넉넉하지 않지요. 그래서 한 필지에 두 집을 짓게 된 거니까요.”
조 대표 집이 그렇다. 3년 전, 웃돈을 주고 산 필지 70평(약 231.4㎡)을 친구와 절반씩 나눠 2층집을 지었다. 1층에 거실과 주방, 2층에 방(3개)과 욕실이 있는 구조다. 땅값 6억원, 건축비 6억원 등 총 12억원을 딱 반 갈라 6억원씩 부담했다. 초등생 두 자녀가 있는 조 대표는 “지하와 다락, 옥상은 용적률에 들어가지 않는다. 아파트 생활에서는 얻을 수 없는 덤”이라며 “은퇴 후가 아니라 한창 애들 키우는 집에 오히려 더 맞춤한 주택 형태일 수 있다”고 말했다. 햇살이 환히 드는 통유리 거실 밖 잔디 마당의 바비큐 그릴이 눈에 들어왔다.
땅콩집은 흔히 세로로 딱 반을 자른 구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건축주의 요구와 세대 구성 형태에 따라 다양한 구조가 가능하다고 조 대표는 강조했다. 자금부족으로 두 집이 필지를 절반씩 나누기도 하지만, 건축주가 두 채를 모두 지어 세 주기도 한다. 이때는 집 주인과 세입자 집의 비율을 6:4, 7:3 등으로 조정할 수 있다. 결혼한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살기에도 더 없이 좋은 주거 형식이기도 하다.
조 대표는 “가구 구성 내용에 따라 내부구조는 물론 외부 디자인도 달라진다. 겉으로 봐서는 두 집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집 앞에 도로가 있느냐, 공원이 있느냐 등 집 주변 환경을 적극 반영하려면 설계를 꼼꼼히 해야 한다. 판교는 담장을 해서도 안 되기 때문에 이웃집 실내가 창으로 보일 수 있는 등 조망권 문제도 크게 고려해야 할 요소다. 설계에만 3∼4개월이 걸리기도 한다”고 했다. 설계비(감리비 포함)는 5000만원 정도다.
단독주택에 대한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단열이다. 아파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겨울철 난방비가 많이 나온다면 마당 있는 집의 로망이 악몽으로 바뀔 수 있다. 조 대표는 “요즘엔 3중 시스템창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단열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지난겨울 난방비가 10만원대였다고 귀띔하며 웃었다.
성남=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부모님과 친구와 따로 또 같이 ‘한 집 같은 두 집’… 조성욱 건축가에게 듣는 쌍둥이집의 매력
입력 2015-09-21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