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귀향, 따스한 기억

입력 2015-09-19 00:10
신경활동에 관여하는 뉴런. 위키피디어

다음 주면 추석이다. 풍성함이라는 든든한 배경으로 설보다 즐거움이나 여유로움이 큰 명절이 바로 추석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고향을 향하는 여정이 걱정되기도 한다. 특히 과도한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에서 각 지방으로 가는 도로는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향으로 향하는 마음은 여전히 묘한 감흥과 따스함으로 채색된다. 이는 가족의 출발점을 이루고, 이를 굳건히 지켜 온 부모, 그리고 그들 삶의 일부인 자식들과 함께 공유하는 따스한 기억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이란 이전의 경험이나 어떠한 것의 정보를 의식 속에 저장하고 이를 다시 꺼내는 정신적 기능을 의미한다. 이 기능은 일반적으로 네 가지 과정을 거쳐 형성,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번째는 ‘기명’의 단계로 새로운 경험을 머릿속에 새기는 일을 말하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 뇌의 일부분인 해마가 중요한 기능을 한다. 영어 단어를 열심히 암기하거나 굳이 외우려 하지 않았는데도 노랫말이 익숙해지는 것이 이 작용이다. 그 다음 단계는 ‘보유’라 하는데 이는 기명된 내용이 머릿속에 축적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즉 필요할 때 회상될 수 있도록 저장된 상태를 의미한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재생’과 ‘재인’의 과정이다. 재생은 기명 후 보유된 지난 경험이 어떠한 기회에 다시 살아나 생각나는 과정을 말한다. 재생은 적극적으로 생각하여 나타나는 능동적 재생과 어떠한 것에 연상되어 자동으로 회생되는 수동적 재생으로 구분된다. 재인은 재생한 내용이 자신이 과거에 행했거나 분명히 경험한 것이라 인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지금 경험하고 있는 자극이나 상황이 과거에 자신이 보유한 정보와 일치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기억은 유소년 시기에는 재료나 현상을 있는 그대로 기명하는 기계적 기억이 우세하고, 이후 청소년기를 거치며 대상이 되는 것의 의미나 상황을 토대로 하는 논리적 기억으로 바뀐다. 힘든 상황이 계속되는 삶을 견디고 맞는 올 추석엔 되새길수록 힘이 되는 좋은 논리적 기억을 보다 많이 얻길 희망해 본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