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국정감사 일정 중이어서 이와 관련된 기사를 접하게 된다. 대개는 효율적이지 못한 국가예산 지출에 대한 비판의 글이다. 어떻게 보면 정당한 내용으로 보인다. 그런데 다각도로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한국자살예방협회를 시작으로 2005년부터 다양한 자살예방활동에 참여해왔다. 그러다보니 국가 혹은 사회복지 기금에서 경제적인 지원을 받는 사업을 같이 하거나 지켜보게 되었다. 10년을 활동해온 셈인데 그동안 보람도 있었지만 한계도 느낀다. 대표적인 것은 단기성 사업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지원 예산이 1년 단위로 편성되기 때문에 사업은 대부분 1년 단위이고 내년에 계속 될지를 보장하지 못한다. 그래서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단기적으로 1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 사업이 주류를 이룬다. 지원의 틀이 그 수준에 해당하는 사업만을 양산하는 것이다. 이러한 틀에서는 깊이를 기대하기가 힘들다.
양희송은 그의 저서에서 교회가 성도들을 깊이에 맞추어 지원하지 못하는 일면을 지적하였다. 교회를 1년을 다녔든 10년을 다녔든 늘 똑같은 기초적인 성경공부 내용을 반복해 시작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물론 그것은 신앙의 깊이와는 다른 요소이다. 교회를 오래 다니고 성경 지식이 많다고 해서 신앙의 깊이가 깊은 것은 아니니까. 오히려 포장하는 능력만 높아져서 솔직한 자기의 삶을 나누지 못하고 이중적인 특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 우리 교회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배가 높은 교인들에게는 성경지식보다 좀 더 솔직한 나눔을 도와줄 수 있는 성경공부가 필요하다. 단기적인 것을 반복하면 깊이를 더하지 못한다.
베드로후서 1장 5∼7절은 이러한 깊이를 고려할 수 있는 성경구절인데, 이 내용은 깊이의 순서를 말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순서는 바뀔 수 있으나 방향성 즉 하나에 또 하나를 더하는 무게와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현실적으로 1년 단위의 사업 편성을 바꾸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나온다. 같은 사업을 하더라도 1년 전의 사업과 연결되고 깊이를 더하는 사업이 진행되도록 돕고 그러한 사업에 지원을 보장하면 된다. 그러면 비록 체계는 단기 사업의 틀이지만 크게 보면 중장기 과제를 감당할 수 있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런 역할을 해주는 중요한 부분이 바로 국정감사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감사’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그런지 잘못한 거 골라내서 호통 치는 분위기다. 예산 삭감하겠다는 말처럼 무서운 게 없다. 국회의원이 해당 기관에 자료를 요청하고 제출된 자료에 흠집을 잡아서 일을 제대로 못했다고 예산을 깎아야 한다고 소리를 높인다. 기관 책임자는 잘못했다고 머리를 숙인다. 괜히 거기서 다른 얘기를 했다가 정말 예산이 깎이면 큰일 날 노릇이기 때문에 할 말을 아낀다. 우리가 접하는 국정감사 관련 기사의 이면에는 이런 분위기가 깔려 있다.
혼내고 머리 숙이는 관계는 갑을관계처럼 될 뿐 깊이를 더하는 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1년 사업에서 엉뚱한 결과가 나와도 그것을 발판 삼아 다음의 단계를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대개 그런 사업은 사라지는 것이다. 국정감사가 1년의 사업 노력에 감사하는 그런 감사가 되면 좋겠다.
최의헌<연세로뎀정신과의원>
[최의헌의 성서 청진기] 순차적인 깊이를 더하자
입력 2015-09-19 0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