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최고참 홍성흔은 많은 별명을 가지고 있다. 활발한 성격 탓에 ‘쾌남’ ‘빅마우스’ ‘오버맨’ 등 다양하다. 그런데 올 시즌 쑥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홍무원’이다. 홍성흔의 성과 공무원을 합친 것이다.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서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는 것을 빗댄 말이다. 계속 부진에 시달리면서 최근에는 더그아웃에서 풀이 죽은 모습도 많이 보였다.
홍성흔이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이런 설움을 날리고 포효했다. 홍성흔은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만루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5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13대 0 대승을 이끌었다.
홍성흔은 전날까지 올 시즌 타율 0.255, 4홈런, 34타점이라는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였다. 2회말 무사 1루 첫 타석에서도 삼진으로 물러나며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없었다.
하지만 다음 기회부터 폭발했다. 홍성흔은 2-0 간발의 차로 앞선 3회말 1사 만루에서 롯데 선발 송승준의 2구째 커브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작렬했다.
홍성흔은 올 시즌 팀 만루홈런 1호를 장식했다. 두산에 강타자들이 많지만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산은 유독 만루포와 인연이 없었다. 홍성흔은 개인적으로도 롯데 시절인 2012년 8월 2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1122일 만에 개인 8호 만루홈런을 터트리는 기쁨을 맛봤다.
그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세 번째 타석인 4회말 1사 1, 2루에선 중견수 키를 넘기는 1타점 2루타를 날렸다. 6회말 무사 1루에선 좌전 안타를 쳤다.
팀의 최고참이 힘을 내니 후배들도 따랐다. 두산 타선은 장단 15안타로 롯데 타선을 맹폭했다. 두산은 홍성흔의 만루포로 다시 3위 싸움에 시동을 걸었다. 70승(59패) 고지를 밟은 두산은 이날 경기가 없었던 넥센 히어로즈를 1.5경기 차로 추격했다.
홍성흔은 “홈런은 바람의 도움을 받아서 운 좋게 넘어간 것 같다. 타격코치님 주문 대로 변화구를 노리고 갔는데 마침 커브가 왔다”며 “그동안 타격이 안 되면서 소극적인 스윙을 했는데 감독님이 과감한 스윙을 주문해 거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부진해 최고참으로서 후배들에게 미안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후배들이 잘해줘서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는 내가 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NC 다이노스는 힘겹게 5위 싸움을 벌이는 한화 이글스를 11대 7로 꺾고 5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프로야구] 홍성흔 웅담포… 거인 발목 잡았다
입력 2015-09-18 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