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총수 첫 국감 증인] 신동빈 “경영권 분쟁 죄송… 왕자의 난은 끝났다”

입력 2015-09-18 02:40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진땀을 흘리며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다. 이병주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한국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증시 상장과 관련,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게 보고를 올리고 100%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내년 2분기까지 호텔롯데를 상장하도록 하겠다”고 했고, “(올해) 10월까지 롯데그룹 순환출자의 80%를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신 총괄회장이 ‘회사를 남에게 팔려고 하느냐’고 했다는데 (신 총괄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에) 반대할 수 있지 않으냐”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국내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국감장에 증인으로 선 신 회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를 지적하는 의원들 질의가 쏟아졌지만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으로 대처했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으로 국민 실망을 산 데 대해 다시 고개를 숙여 사과했고, 추가 분쟁 가능성을 일축했다.

신 회장은 새누리당 김태환 의원이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있습니다”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어 “이번 가족 간 일로 우리 국민한테, 의원들께도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짜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한 뒤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그는 “왕자의 난이 끝났느냐”는 새정치연합 김 의원 질의에 “네, 끝났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롯데는 한국 기업이냐” “신 회장은 한국 국적을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네, 맞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의원들이 지배구조 개선과 불공정거래 시정 등을 거듭 요구하자 “명심하겠습니다”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라며 몸을 낮췄다. 롯데면세점의 독과점 지위 문제에 대해선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신 회장은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꼬박 5시간 동안 증인석을 지켰다. 어눌한 일본식 말투로 국적 논란까지 불거졌던 신 회장은 간간이 웃어 보이기도 했지만 “했스므니다” 등의 발음을 감추진 못했다.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이 축구를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는 질문에 크게 웃으며 “지금도 열심히 (한국을)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또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이 자신에게 “너, 나가”라고 말했다고 알려진 데 대해선 미소를 띠며 “아버지가 아들한테 ‘너, 나가’라고 하는 건 아주 이상한 일이 아닌 것 같다”고도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