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시리아 난민 어린이 에일란 쿠르디가 만약 한국에 입국했다면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국내 난민법과 판례 등에 따르면 에일란은 난민 자격을 얻기는 어렵지만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을 가능성은 높다.
우리나라에서 난민 자격을 얻으려면 신청자 개인의 인종, 종교, 정치적 의견 때문에 본국에서 박해받을 가능성이 인정돼야 한다. 광범위한 내전, 재난을 피해 왔다는 이유로 난민 인정을 받기는 어렵다. 다만 내전 상황에서 정치적 박해를 받았고, 본국 송환 후 박해가 반복될 우려가 있다면 난민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
난민 자격을 얻지 못한다고 바로 한국 땅을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적 체류자로 머물 수 있고, 법원에 행정소송을 낼 수 있다. 법무부는 17일 현재까지 시리아 난민 신청자 768명 가운데 3명을 난민으로 인정했고, 621명에게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 인도적 체류자는 내전이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난민 신청자가 소송을 내면 법원은 신청자 진술의 일관성, 신청 경위 및 본국 법제도 등을 종합해 판결한다. 근거는 신청자가 입증해야 하지만 모든 부분에서 구체적 증거를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법무부의 난민 불인정 처분이 서울행정법원에서 뒤바뀐 판결은 2건으로 소수에 그쳤다.
라이베리아 국적 W씨(34·여)는 2013년 7월 한국에 입국해 “비밀결사체에 속한 어머니가 할례를 강요하고 있다”며 난민 신청을 냈다. 법무부와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W씨가 입국 2개월 뒤 난민신청을 낸 점, 태국 등 경유국에선 난민 신청을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체류기간 연장 목적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난 7월 판결했다. 할례를 금지하는 라이베리아 본국 정부에 도움을 청할 여지도 있다고 봤다.
반면 종족분쟁에 휘말렸다가 2000년 한국에 입국한 에티오피아인 G씨는 법원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는 1998년부터 전쟁을 벌였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에리트레아계 G씨를 강제수용소에 수용했다. G씨는 수용소를 탈출해 한국에서 난민 신청을 냈다. 법원은 G씨가 에티오피아 대사관으로부터 여권 발급을 계속 거부당한 점, 가족들은 모두 영국 등에서 난민 자격을 얻어 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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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18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