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화폐개혁 필요성 공감”… 기재위 국감서 발언

입력 2015-09-18 02:48
국정감사장에서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부총리가 화폐개혁에 대해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화폐개혁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힌 반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야당 의원들은 한은이 독립성을 잃고 ‘최경환 경제팀’의 경기완화 정책에 끌려 다닌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17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 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은 “우리나라 화폐 단위가 조 다음에는 경, 경 다음에는 해인데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며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달러 대비 환율 숫자가 크다”고 지적했다. 류 의원은 이어 “시중 메뉴판에 보면 5000원이면 5.0, 1만5000원은 15.0으로 표시한다”며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이 가장 큰 이슈”라고 강조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현재 1000원을 10원이나 1원으로 바꾸는 식으로 화폐 단위를 하향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필요성에 대해 논의가 제기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다만 “독자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최 부총리는 화폐개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재부 국감에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증권거래 금액이 1경을 넘어가는 등 화폐 단위가 너무 크다”며 화폐개혁 필요성을 제기하자 “지금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의 독립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은 “한은 총재가 최 부총리와 함께 해외출장만 갔다 오면 금리가 떨어졌다”며 “‘척하면 척’이 아니라 ‘척하지 않아도 척’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꼬집었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9월 호주 케언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 이 총재와의 대화 내용을 묻는 기자들에게 “‘금리의 금’ 자를 꺼내지 않아도 ‘척하면 척’”이라고 밝혔고, 이후 한 달 뒤 한은은 기준금리를 2.25%에서 0.25% 포인트 인하했다.

백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