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선물] “마음만 받겠습니다” 고아원·양로원 기부… 그래도 염치있는 의원들

입력 2015-09-19 02:10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에서 최근 눈에 띄는 제안 하나가 나왔다. 김종훈 의원이 의원회관으로 쉴 새 없이 배달되는 추석선물들을 거론하면서 “마음만 받겠다는 선언을 하자”고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그러자 하태경 의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내오는 것들은 받은 그대로 고아원, 양로원에 보내자”는 의견을 냈다. 새누리당에선 두 의원이 주축이 돼 추석선물을 기부할 사회복지시설을 물색하는 등 후속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소관 기관에서 자택 주소를 물어오면 응하지 않고, 회관 사무실로도 보내지 말아 달라고 당부해도 어떻게든 보내오는 곳이 있다”며 “이런 선물들을 한데 모아 한꺼번에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선거법상 지역구 내 기부행위는 금지돼 있어 마땅한 기부처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선물 거부 움직임은 지방 의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경남 거제시의회의 최양희 의원은 지난 8일 “저에게는 추석선물을 안 보내도 된다. 만일 보내면 되돌려보내고 그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최 의원은 “지난해 시의원이 되고 나서 추석 때 일면식도 없는 기업과 기관으로부터 도착한 선물을 보고 당황스러웠고 마음이 무거워 직접 쪽지를 적어 모두 돌려보냈다”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인들이 명절인사 명목으로 선거구민에게 금품, 음식물을 제공하는 행위에 대해 특별단속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선거구민에게 선물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귀향·귀경 버스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지역 행사에 금품과 음식물을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 대상이다. 유권자의 경우 정치인에게 금품, 음식물 등을 받으면 최대 50배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