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재집권 이후 2년반이 넘도록 추진해온 집단 자위권 법안(안보 관련 11개 법률 제·개정안)이 17일 참의원 평화안전특별위원회(소위)를 통과한 데 이어 18일 ‘마지막 관문’인 참의원 본회의에서 가결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국이 공격당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무력행사를 할 수 없었던 일본이 ‘공격받지 않아도 공격할 수 있는 나라’로 탈바꿈하게 됐다.
일본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16일부터 이틀째 안보법안을 놓고 야당과 대치 끝에 17일 오후 단독으로 강행처리했다. 연립여당은 18일 본회의에서도 법안을 강행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연립여당은 참의원(242석)에서 과반의석(134석)을 점하고 있기 때문에 야당이 표 대결로는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없다.
기존 안보 관련 법률 가운데 자위대법과 주변사태법 등 10개 법안을 개정하고 1개 법안(국제평화지원법)을 신설한 집단 자위권 법안은 일본의 전후(戰後) 방위 정책에도 일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본은 2차 대전 패전 이후 제정된 헌법에 따라 자국이 공격당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무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전수방위(專守防衛)를 원칙으로 삼아왔다.
‘평화헌법’이라 불리는 일본의 헌법 9조에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무력을 행사하는 것을 영구히 포기한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그동안 1945년 발효된 유엔헌장 51조에 따라 모든 국가가 갖는 고유권리로 인정된 집단 자위권(밀접한 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가 공격받을 때 무력 개입할 수 있는 권리)을 보유는 하되 행사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내세우며 집권한 아베 총리는 지난해 7월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식의 헌법 해석 변경을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통해 공식 인정한 데 이어 이달에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집단 자위권 행사의 제한을 푸는 법적 근거까지 마련하게 됐다.
물론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가 곧바로 ‘전쟁’이나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따라 자위대의 역할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 함선 보호, 호송 지원, 적국 지원이 의심되는 선박 강제검색 등에 제한돼있다. 또 한반도에서 집단 자위권 행사 시 우리 측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원칙에 한·일 국방장관이 지난 5월 합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과거 미국이 남베트남에 대한 집단 자위권을 명분으로 베트남 전쟁을 일으켰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거 한국 등 아시아 주변 국가들을 침략한 역사가 있는 일본이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는 점은 우려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게다가 아베 총리는 일본이 전후체제를 극복하고 보통국가가 되는 데 ‘마지막 빗장’인 평화헌법 개정까지 추진할 것으로 예상돼 ‘군국주의 부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이달 초 임기 3년의 자민당 총재 재선까지 성공하며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한 상태다. 아베는 언제라도 개헌을 추진할 있게 됐지만 개헌 추진 시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발이 커질 수 있어 내년 7월 참의원 선거까지는 숨죽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할 경우 본격적으로 개헌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日 ‘전쟁법안’ 강행] 우려가 현실로… ‘전쟁하는 나라’로 성큼
입력 2015-09-18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