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쟁법안’ 강행] 더 얼어붙은 정국… 아베 부담 적잖아

입력 2015-09-18 02:54
일본 여야 의원들이 17일 도쿄 국회의사당 참의원 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집단자위권 법안 표결 처리를 앞두고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본 연립여당은 이날 오후 집단자위권 법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작은 사진은 참의원 특위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AFP연합뉴스

일본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17일 참의원 특별위원회(소위)에서 집단 자위권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향후 일본 정국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등 야당이 참의원에서의 안보법안 표결을 막기 위해 내각불신임안이나 총리·각료 문책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지만 압도적인 의석 차이로 법안 통과 시간을 늦추는 효과밖에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5개 야당은 16일 표결을 전제로 한 회의에 응할 수 없다며 밤새 버틴 데 이어 17일 특위 위원장 불신임안 제출로 맞서며 집단 자위권 법안 처리를 저지했다. 자민당 소속인 고노이케 요시타다 특위 위원장이 17일 오전 특위를 개최한다고 선언하자 후쿠야마 데쓰로 의원(민주당)이 고노이케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17일 오후 1시부터 도쿄 국회의사당 참의원 특위 회의실에서 열린 고노이케 위원장 불신임안 심의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이어졌다.

18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안보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향후 정국과 선거 영향 등 아베 정권이 떠안아야 할 부담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예상보다 거센 반대 여론에 여당이 상당히 당황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본 민영방송인 TBS의 긴급 여론조사에서도 이번 정기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는 데 대한 반대 의견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의원 특위에서 여야 간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국회 밖에서는 연일 3만∼4만명의 시위대가 “전쟁법안 반대”를 외쳤다. 17일에도 비가 내리는 와중에 오전 9시부터 국회 주변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공명당 등 연립 여당이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와 관련, 1960년 미·일 안보조약 개정안을 밀어붙였던 기시 노부스케 총리의 운명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시 총리는 아베 총리의 외조부다. 당시 기시 총리는 집단 자위권 개념을 안보조약에 도입하는 개정안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했지만, 30만명의 인파가 국회의사당을 둘러싸고 항의해 결국 퇴진해야 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