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CEO가 본 한국 노동시장 “효율성 위해 새로운 길 찾아야”

입력 2015-09-18 02:24
에이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 17일 ‘외국기업 CEO가 바라본 한국의 노동시장’ 특별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태신 한경연 원장, 잭슨 회장,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 비크람 도라이스와미 주한 인도대사. 한경연 제공

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바라본 한국의 노동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17일 ‘쉐보레’의 광고 문구인 “새로운 길을 찾는다”를 인용하며 “한국 노동시장이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주최한 ‘외국 기업 CEO가 바라본 한국의 노동시장’ 특별좌담회에 참석한 CEO들은 한목소리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권고했다.

호샤 사장은 “한국GM은 노사협상 타결을 위해 임금인상을 대가로 치를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 5년간 인건비가 50% 상승했다”고 토로했다. “반면 생산비용은 회사가 설립된 2002년 대비 2.4배 증가했다”며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약 1.4배 상승한 것을 볼 때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GM이 자동차를 생산하는 전 세계 30개국 중 매년 임금교섭을 하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고 전했다.

호샤 사장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생산 물량이나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2002년 한국 국내 자동차 생산 비중은 95%, 해외 생산(OEM) 비중은 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해외 생산 55%, 국내 생산 45%로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계 산업용 장비 생산 업체 파카코리아의 유시탁 전 대표는 “한국 노조의 이미지가 해외 자본의 국내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파카사는 노조와 4년에 이르는 법적 소송을 겪은 후 한국에서 기업인수 검토가 이뤄질 때 가장 먼저 노조 유무를 면밀히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는 “결과적으로 한국 투자 의욕은 감퇴된 반면 경쟁국인 중국 투자만 늘리는 형국”이라며 “추후 노조 문제가 재발될 경우 본사에서 철수 등 출구전략을 검토할 것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비크람 도라이스와미 주한 인도대사는 “인도 라자스탄주에서는 각종 노동규제 완화로 일자리가 늘어 다른 주정부들도 경쟁적으로 노동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자스탄주는 최근 15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노동 관련 법규를 단순화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인도 내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권태신 한경원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추진한 노동개혁이 성과를 보기까지 3년 이상이 걸렸다”며 “청년 일자리 증가 등 결실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노동개혁의 고삐를 조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