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A의 대통령 일일보고서 1만9000쪽 공개

입력 2015-09-18 03:26
냉전시대인 존 F 케네디(재임 기간 1961∼63년), 린든 B 존슨(1963∼69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기간 미 중앙정보국(CIA)이 대통령에게만 보고한 최상의 극비 일일 국제정세 보고서 1만9000쪽이 16일 기밀 해제돼 CIA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에 공개됐다. ‘대통령만 열람 가능(For the President’s Eyes Only)’이라는 직인이 찍힌 이 보고서는 외교정책 결정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해제된 보고서에는 쿠바 핵 위기 관련 정보도 포함됐다. 미국과 구소련이 핵전쟁 발발 상황으로 치닫던 1962년 어느 날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에서 새로운 미사일 발사 시설이 발견됐다는 CIA의 특급 기밀을 보고받았다. 이 사실이 드러나 ‘미사일 위기’가 더욱 고조됐다. 하지만 그해 10월 소련 모스크바에 있던 CIA 요원의 보고서가 뜻밖의 해빙 무드를 이끌어냈다. 이 요원은 뉴욕시립발레단의 모스크바 공연 때 러시아 관객들이 뜨겁게 환호했다고 보고했다. 케네디는 이 보고서를 계기로 미사일 위기를 평화롭게 푸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 보고 다음 날 케네디는 소련에 쿠바를 침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소련도 이에 상응해 미사일을 철거하기로 했다.

CIA는 존슨 대통령에게는 베트남전 정보를 주로 보고했다. 존슨은 특히 자국 내 반전 시위가 확산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써 CIA가 베트남 현지의 적들이 반전 시위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자주 보고했다.

우리나라 사항도 있었다. CIA는 5·16쿠데타 발발 약 두 달 후인 1961년 7월 19일 제출한 보고서에서 “혁명 지도자들 중 기회주의자나 공산주의 세력이 있을 수 있지만 박정희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보고했다. 같은 달 다른 보고서에는 서울에서 박정희를 겨냥한 역쿠데타 시도도 있었다고 돼 있다. 이듬해인 1962년 3월 3일 보고서에는 “박정희가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을 견제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