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쟁법안’ 강행] 체제 순응하던 日 젊은이들 저항… 학생단체 ‘실즈’에 아베가 떤다

입력 2015-09-18 02:52
17일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단자위권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아베 신조 정권을 규탄하며 행진하고 있다. 야당과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 속에서도 연립여당은 이날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앞세워 참의원 특별위원회 표결을 강행했다.AP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독선적인 안보 법안 밀어붙이기를 계기로 그동안 체제에 순응만 하던 일본의 젊은 세대가 ‘저항’을 새로운 정체성으로 갖기 시작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6일 분석했다. 안보 법안은 비록 통과되더라도 아베가 씨앗을 뿌린 이들의 저항 정신은 앞으로도 꾸준히 아베 정권의 독주를 견제하게 될 전망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요즘 안보 법안 시위현장에는 ‘아베 물러나라’는 일군의 앳된 목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종종은 구호가 힙합 리듬으로 변형돼 외쳐지기도 한다. 그들은 대학생 중심의 젊은이들로 이뤄진 그룹인 ‘실즈(SEALDs)’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 긴급행동의 영문 약자인 실즈는 아베 정권의 알권리 침해 논란을 빚은 특정비밀보호법 추진에 반대해 결성됐다. 이들은 특정비밀보호법이 발효된 지난해 12월 총리 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인 뒤 일단 해산했다가 지난 5월부터 다시 안보 법제 반대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현재 300명 정도 규모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시민들의 시위 참여를 독려하고, 시위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파하는 등 현재 일본 열도에서 벌어지는 반(反)아베 시위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구호를 절규하듯 외치고, TV 화면에 자주 등장해 자기주장을 강하게 펼치는 실즈의 지도자인 오쿠다 아키(23·메이지가쿠인대 4학년)는 다른 ‘잠자고 있던’ 젊은이들의 생각에도 영향을 미쳐 이들이 속속 시위 대열에 동참케 하고 있다.

일본 상지대 나카노 고이치 교수는 가디언에 “실즈와 젊은이들의 부상은 평소에는 얌전하거나 패션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일지라도 언제든 ‘정치적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고 지적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